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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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루카 복음을 묵상하다가 선뜻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을 보았습니다. 주님의 시중을 드는 여인들에 대한 기록인데 여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그들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 아무런 언급 없이 그저 주님 일행의 시중을 들었다는 기록만 있습니다. 왜 루카 복음사가는 아무런 내용이 없는, 어쩌면 낡은 일상적인 내용을 기록한 것인가요? 시중드는 여인들이 중요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인가요?
답: 형제님의 시각이 예리한 듯합니다. 누구도 무심하게 흘려버리기 쉬운 내용을 잘 지적했습니다. 시중드는 여인들을 기록한 첫 번째 이유는 배우지 못하고 능력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주님께서는 제자로 받아주셨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시중드는 여인들에 대해 주님께서는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시중드는 여인들이 주님 보시기에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 사람들인지 루카 복음사가는 주님의 심중을 헤아려 여인들의 행적을 올려놓은 것입니다.
말주변도 없고 능력도 모자라서 주님 앞에 어떻게 서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대개 성당에서 말없이 봉사하는 분들입니다. 아무런 바람도, 아무런 불평도 없이 봉사하는 침묵의 봉사자들 - 이분들은 볼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들고 무엇인가 챙겨주고 싶은 생각이 일어납니다. 사람 마음이 이러할진대 주님 마음은 어떠하셨겠습니까?
독일의 비스성당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수난기를 연출하려고 수난당하신 그리스도상을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처참해서 사용하지 못하고 성당 안에 보관하였다고 합니다. 그런 주님의 상을 여인 한사람이 늘 잘 닦고 보관하였는데, 그 상에서 피눈물이 나는 기적이 일어나서 비스라는 동네가 성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 여인은 여러모로 보상을 받았고요.
시중을 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제품을 받기 전에 시종직이라는 직분이 있을 정도입니다. 나는 능력도, 할 줄 아는 것도 없다고 하시면서 말없이 봉사하시는 분들은 모두 시종 직분을 받은 분들이십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마음이 건강해야 합니다. 마치 병자를 간병하는 분들이 몸이 건강해야 하는 것처럼….
만약 시중을 드는 것이 소위 ‘무수리 콤플렉스’ 때문이라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병적인 콤플렉스 때문에 시중을 드는 사람들은 자기 인생이 없어져 버리고 자신이 시중드는 사람이 자기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만 신경을 쓰느라 힘을 소진합니다. 때로는 억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내가 이렇게 애를 쓰는데 왜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야’ 하는 마음이 들어서입니다.
시중드는 일은 내가 좋아서 해야 하고 내가 선택한 삶이어야 합니다. 주님을 따르던 여인들은 비록 그 당시 사회에서 앞장서서 나서지 못하는 입장들이었지만 이러한 자존감이 살아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이들을 총애하신 것, 심지어 나중에 초대 교회에서 중요한 인물로 드러나게 된 것은 이 여인들이 가진 마음의 건강함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줍니다,
본당 사목을 하면서 각양각색의 봉사자들을 만났습니다. 그중 최악의 경우는 자기가 성당에서 해놓은 일들을 늘어놓으면서 인정해 달라고 칭얼거리거나 혹은 성당의 주인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심지어 본당신부는 지나가는 나그네이고 자기들은 터줏대감이니 본당 사목을 자기들이 하겠노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소수일 뿐 대다수의 많은 분은 온몸으로 소리 없이 봉사합니다. 직장 생활과 생업의 고달픔을 뒤로하고 시간이 나면 성당에 와서 여러 가지 뒤치다꺼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분들이 있어 성당이 유지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이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시종 직분을 수행하는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성당의 분위기는 이런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에 달려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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