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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라'며 먹는 설 음식

namsarang 2015. 2. 18. 18:44
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부자 되라'며 먹는 설 음식

 

입력 : 2015.02.18 03:04

 

[15] 떡국·만둣국

'태촌집' 사진
김안국(金安國·1478~1543)의 '모재집(慕齋集)'에 '새벽에 떡국을 먹고 설을 맞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습에 관한 첫 기록이다.

예부터 설날에는 떡국뿐 아니라 만둣국을 같이 먹었다. 고상안(高尙顔·1553~1623)이 쓴 '태촌집(泰村集·사진)'에는 '정조(正朝·설날)가 일 년의 첫날이니 면(麵)은 만두를 쓰고, 떡은 떡국에 쓴다'고 적고 있다. 이식(李植·1584~1647)은 '택당집'(澤堂集)에서 '정조(正朝)에는 각 자리마다 병탕(餠湯·떡국)과 만두탕(曼頭湯)을 한 그릇씩' 놓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떡국과 만두를 설날에 먹는 것은 돈 많이 벌고 복 받으라는 중국 풍습에서 왔다. 19세기 세시기(歲時記)인 '경도잡지(京都雜志)'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설날 음식으로 떡국이 등장하는데, 멥쌀로 만든 흰 떡을 동전 모양으로 썰어 고기 국물에 넣어 먹는다고 적혀 있다. 동전 모양의 떡국은 돈을 벌고 부자 되라는 의미다. 하얀 떡은 지난해 묵은 때를 씻어내고, 새해는 순수하고 흠 없이 맞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

떡국은 또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을 의미한다. 이덕무(李德懋·1741~ 1793)는 '첨세병(添歲餠)'이란 시에서 '떡국은 장수하는 데 필요한 약인 금단(金丹)과 비슷하다. 풍속이 이 떡국을 먹지 못하면 한 살을 더 먹지 못한다고 한다'고 적고 있다.

떡국은 생각보다 종류가 많다. 흰 떡을 가늘게 밀어 도토리 크기로 잘라 눈사람 모양으로 만든 개성의 조랭이 떡국과 쌀의 앙금으로 둥글 넓적하게 만든 떡을 넣은 무리떡국, 쌀가루를 끓는 물로 반죽해 썰어 넣은 생떡국, 떡국을 끓일 때 밥이나 국수를 넣은 국수원방숭이나 밀가루로 만든 밀떡국도 있다.

19세기 중반에 쓰인 '군학회등(群學會騰)'에는 중국식 만둣국인 훈툰(馄饨)이 나오는데 한글로 만두떡이라고 설명이 붙어 있다. 1938년 2월 1일자 '여성' 잡지에는 '정초 음식으로는 별미로 만둣국이 손꼽는데 국수장국에 만두를 넣든지 떡국에 만두를 넣든지 해서 손님을 대접하는' 음식으로 나와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