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쩌나]
286. 지난 잘못을 보속하려면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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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본당을 거치면서 가끔 이전 본당에서 실수한 것들이 생각나곤 해서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그때 내가 좀더 신중했어야 하는데’, ‘그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하는 여러 가지 상념이 떠올라서 마음이 아프고 힘이 듭니다. 또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자주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지난 잘못들에 대하여 보속을 할 수 있을까요?
답: 신부님 마음은 이해가 가고 신부님의 그런 마음이 진정한 사제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의 잘못 때문에 후회하고 사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과거 잘못한 일에 대하여 후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후회 역시 지나치면 여러 가지 생각지도 않은 심리적 부작용을 일으키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헛된 상상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그때 그렇게 안 했더라면 하는 상상과 공상을 하느라 다른 일들을 못 한다는 것입니다. 후회는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자구책인데 현실에서는 그냥 망상일 뿐 아무런 결실도 도움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자칫 도돌이표 같은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나간 것임에도 현재에 그 상황을 재현해서 복구하고 싶어 하거나 과거 상황을 없던 것으로 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문제 해결은 안 되고 그 자아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과거형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와 미래를 담보로 과거를 살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자아가 깊은 상처를 안고 마음 안의 동굴 속으로 숨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장을 멈추어버립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 오히려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도돌이표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베드로 사도의 삶을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베드로 사도는 주님께 면목없는 큰 잘못을 저지른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베드로 사도의 장점은 그 순간에 드러납니다. 베드로 사도는 자신이 인간임을, 그것도 하자가 많은 인간임을 인정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과거를 지나간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마치 흐르는 물처럼 당신의 과거를 흘려보내셨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심한 자책감에 빠져서 자기 파괴적인 삶을 살지 않고, 당신이 걸었던 길과 반대의 길을 가심으로써 교회의 반석이 되셨던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자신을 채찍질하려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만 멈춰” 하고 외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자신을 향하여 웃으면서 “아이고 이 바보야” 하는 것입니다. ‘밥통 같은 게 그것도 못하냐’하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 엄마가 놀리듯이 “바보야” 하고 친근감 있게 불러주면 마음이 누그러드는 심리적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바보야’ 하신 것이 바로 자기 힐링 요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도 여전히 심한 후회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는 왜 그런 것인가? 병적인 강박 관념이 심할 경우 그렇습니다. 사람은 늘 바른 판단을 해야 하고 이성적이어야 하며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병적인 신념이 강할 경우 자기 자신에 대한 비난과 채찍질은 멈추질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신이 아닌 사람들입니다. 성숙함을 지향하지만 죽을 때까지 성숙하지 못하는 존재,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때와 불안정할 때가 뒤죽박죽인 채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실체인데 이런 현실을 부정할 때 그 부작용으로 자신을 죄인으로 몰아붙이는 내 안의 폭군들이 살아난다는 것입니다. 과거를 성찰하시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과거에 매이게 하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신부님의 선한 마음이 상처 입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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