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5(화) -“앓느니 죽지”라는 속담- (2806) | | 인류의 문명·문화가 상상도 못할 만큼 크게 발전하였다지만 환자는 여전히 많은 세상에 오늘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병원마다 앓는 사람들이 차고 넘칩니다.
내가 젊었던 시절에는 가장 무서운 병이 암이 아니라 폐결핵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똑똑하여 공부 잘하던 친구들이 이 병에 걸려서 학업을 중단하고 마산에 있는 국립 결핵요양원에 가서 계속 책을 보며 몇 년씩 치료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곳이 ‘수재들의 집합소’여서 함석헌 선생께서는 그들을 보시려고 1년에 한 두 번은 마산요양원에 가셨습니다. 나의 친구 임순만·송석중도 여러 해 거기 살았습니다.
폐병은 이제 병도 아니라고 하고 그 대신 암이 가장 무서운 킬러로 등장하여 사람들은 이 병마 앞에서 벌벌 떨고 있습니다. 의사가 환자를 향해 “암 3기입니다”라고 진단 결과를 알려주면 그것이 법정에서의 ‘사형선고’와 같은 것이어서 환자 자신만이 아니라 온 식구가 다 통곡하게 됩니다. 이미 초상집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70이나 80을 넘은 노인들은 의사가 “암입니다”라고 ‘선고’하면, “알았습니다. 곧 떠날 준비를 서두르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어야 정상인데 인간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형선고’를 받은 환자는, “좀 살려주세요. 의사선생님!”하며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이라도 되게 해달라고 ‘재판장’에게 애원하기가 일쑤입니다. 그런 경우에도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알았습니다. 그동안 수고가 많으셨습니다”라며 오히려 의사를 위로하는 환자는 백에 하나도 없습니다.
죽을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기야 제대로 준비를 다하고 자기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모두가 Chicago의 유명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면 인생이 너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이 70이 넘으면 국가가 경영하는 ‘죽음을 생각하는 학교’에 입학하여 소정의 과정을 이수토록 해야 할 것 아닐까요?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련된 공부는 많이 시키는데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관련된 가르침이 전혀 없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앓다가 죽자”라는 속담은 없습니다. 그러나 “앓느니 죽지”라는 속담은 있고 이 한마디에는 조상들의 지혜가 스며있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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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cafe.daum.net/enka6300/NS7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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