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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日인명사전, 예산 줘도 학교 비치 않겠다"

namsarang 2016. 2. 12. 10:38

"親日인명사전, 예산 줘도 학교 비치 않겠다"

정경화 기자 

입력 : 2016.02.12 04:36

[서울디지텍高, 첫 예산 반납… 다른 학교로 확산 여부 주목]


서울시교육청이 관내 중·고등학교에 '친일인명사전'을 사라며 내려 보낸 예산에 대해 한 사립 고등학교가 '반납' 의사를 밝혔다. 서울 용산구 서울디지텍고는 11일 "교사 회의와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 30만원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학교당 30만원씩 모두 583개 중·고교에 교부된 친일인명사전 구매 예산을 반납하기로 한 것은 이 학교가 처음이다. 이 같은 예산 반납 결정이 서울 시내 다른 학교로 확산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객관성 확보 못한 도서… 교육청이 강요할 수 없어 학교측


지난 2014년 12월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친일인명사전을 각급 학교에 배포하기 위한 예산안을 마련, 통과시켰다. "독일에서 나치의 잘못을 가감 없이 가르치는 것처럼 우리도 친일에 대해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은 발간 전부터 공정성·객관성 논란이 있었다. 구한말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장지연은 수록하고, 친일 논란이 일었던 좌파 인사는 제외하는 등 인물의 역사적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가 자의적이라는 비판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5년 9월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교총 "누리예산은 없다면서 논란되는 책엔 예산 편성하나"

교육청 "예산 집행은 의무사항"


서울시의회 예산이 통과된 후 교육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이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된 친일인명사전을 학교 도서관에 비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1년간 예산 집행을 미뤄오던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일 관내 중·고교 583곳(공립 311곳, 사립 272곳)에 예산 1억7490만원을 내려보내면서, 오는 26일까지 예산 집행 여부를 보고하도록 했다. 친일인명사전은 1세트 3권으로 가격은 30만원이다.


서울디지텍고 곽일천 교장은 11일 본지 통화에서 "아직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은 책 구매를 학교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역사교육에 참고할 수 있는 다른 책을 사도 되는지 12일 교육청에 문의하고, 만약 안 된다면 예산 30만원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곽 교장은 "교과서 선정이나 참고 자료 구매는 학교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라는 목적을 명시해 지급한 예산이기 때문에 학교는 예산 집행의 의무가 있다"며 "학교의 자체적 판단으로 예산 집행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교육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누리 과정 예산은 편성하지 못한다면서, 학계의 이념 논란이 있는 도서를 일괄적으로 배포하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총 관계자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친일인명사전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교육청이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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