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이런일 저런일

이성주의 건강편지

namsarang 2016. 10. 13. 11:28

제 1113호 (2016-10-13일자)

고엽처럼 가을에 떠난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갈바람에 또도독 떨어진 은행(銀杏)이 거리를 노랗게 물들입니다. 가로수 잎들은 낙엽이 되기 전 마지막 몸짓으로 하늘하늘 흔들립니다. 카페 창가를 두드리는 샹송 ‘고엽(枯葉)’이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1921년 오늘은 ‘고엽’의 가수이자 배우 이브 몽탕이 태어난 날입니다. 이브 몽탕의 본명은 이보 리비이고, 예명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이브, 계단으로 올라와”라고 불렀던 것에서 따왔다지요.
    
어제 수많은 음악가들의 가슴에 샹송 《고엽》을 들을 때보다 더 큰 구멍이 뚫렸습니다. 늦가을 찬바람이 가슴을 찢어놓았습니다. 황소바람이 그 구멍을 아프게 스쳐가고 있습니다. 올해 서른을 갓 넘긴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가 갑자기 낙엽처럼 떠나간 것입니다.
    
권혁주는 3세에 바이올린 현을 잡았고 6세에 음악저널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며 음악계를 흥분시킨 천재였습니다. 2004년 파가니니 국제바이올린 콩쿠르와 덴마크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를 했고 수많은 세계적 연주자들과 협연했지요. 서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출강하며 제자들에게 음악 혼을 불어 넣었고요. 그는 어제 부산에서 예정된 연주회를 앞두고 그저께 밤 친구 집에서 청주 몇 잔을 마시고 호텔로 돌아가던 택시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사인은 부정맥으로 보입니다. 부정맥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산소와 영양분을 보내는 발전소 역할을 하는 심장의 전기시스템에 고장이 나서 심장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리거나, 또는 불규칙한 병입니다. 아무런 경고 없이 갑자기 생때같은 생명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지난해 제가 존경하는 멘토도 부정맥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요절한 천재 음악가의 명복을 빕니다. 갈바람이 가슴을 때리는 오늘은 휑한 가슴이 아니더라도 심장 건강도 한 번 관심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심장은 한 번 멎으면, 되돌리기 힘들기에. 깊은 가을 메마른 가지에서 떨어진 낙엽이 다시 생기를 찾기 힘든 것처럼, 고엽처럼 말입니다.


심장을 건강하게 지키는 법

①어렵고도 어렵지만 금연할 것. 담배를 끊어도 암에 걸린다고 계속 흡연하는 사람이 있지만, 무서운 심장병과 뇌졸중의 위험은 확실히 줄어든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심장병 사망 위험이 3~5배 높다. 담배를 끊고 5년이 지나면 심장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와 같아진다.
②술꾼들에게는 금연만큼이나 어렵지만 과음하지 말 것. 술은 심장의 근육을 약화시킨다.
③기름기 있는 음식을 덜 먹고 생선, 채소, 과일을 충분히 먹는다.
④일주일에 세 번, 하루 30분 이상 땀을 흘리는 유산소운동을 한다. 주말에 몰아서 하는 운동은 심장 건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산소 운동과 근육 운동, 유연성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⑤혈압과 혈당을 철저히 관리한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그 병 자체 때문이 아니라 합병증 때문이라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한다.
⑥가슴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원을 찾아간다. 가슴 통증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특별한 외상이 없이 아프다면 심장병을 의심해야 한다.
⑦고혈압, 당뇨병 환자나 가슴 통증을 경험한 사람, 뇌졸중 또는 심장병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집 부근의 뇌졸중, 심장병 치료 병원을 알아둔다. 어느 의사가 잘 보는지는 코메디닷컴의 ‘베스트닥터 찾기’에서 심장혈관질환내과치료, 부정맥, 심장혈관질환수술 등을 참고하면 된다.
    
<제 592호 건강편지 ‘최고의 사랑’ 참조>
    


오늘의 음악

고인이 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의 연주곡 준비했습니다. 오스트리아 태생 미국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을 요절한 천재의 연주로 준비했습니다. 이브 몽땅의 ‘고엽’을 오늘은 시각장애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의 목소리로 듣겠습니다.
사랑의 슬픔 [권혁주]
고엽 [안드레아 보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