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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삼위일체 대축일 (요한 3,16-18)

namsarang 2017. 6. 11. 08:15
[생활 속의 복음] 삼위일체 대축일 (요한 3,16-18)
모든 것을 알려면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마라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교회는 “지극히 거룩한 삼위일체의 신비는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삶의 핵심적인 신비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261항)라고 선언합니다. 때문에 우리 인간은 초월적 신비의 존재이신 하느님 앞에서 더욱더 자신의 모습을 겸손되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백성이 목이 뻣뻣하기는 하지만(탈출 34,9)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신비를 이해하고자 애썼던 아우구스티누스 성인과 관련하여 전해지는 일화입니다. 어느 날 바닷가를 걷던 성인의 눈에, 모래 위에 조그만 구멍을 파고 계속해서 바닷물을 퍼다가 붓고 있던 한 소년이 보였습니다. 신기한 생각이 든 성인께서 소년에게 다가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바닷물이 얼만큼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요”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성인께서 “얘야, 너는 결코 바닷물을 그 구멍 속에 다 넣을 수 없단다. 바다가 너무도 넓고 크기 때문이란다”라고 타일렀더니, 소년이 성인께 “삼위일체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당신도 마찬가지랍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어느새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른바 ‘금송아지 사건’(탈출 32,1-6 참조) 때문에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두 증언판을 깨뜨려 버린(탈출 32,15-20 참조) 뒤에, 모세가 하느님께 간청하여 새 증언판을 받으러 가서 바친 청원기도입니다. 사실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하느님 앞에서조차 ‘목에 깁스한 듯한’ 태도를 취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 앞에 엎어져야만 합니다.(에페 3,14 참조)



자신을 바로잡으십시오(2코린 13,11_)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께서는 “현대인은 자신을 단단히 붙잡고자 하는 성부의 손을 뿌리치고 홀로 걷는다. (어찌 보면) 현대인은 이솝 우화에서 높이 매달린 포도송이를 보고 그것을 딸 수 없던 여우가 포도알들이 시디실 것이라며 돌아서 버리던 모양새와 흡사하다”고 일갈했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코린토 교회 신자들에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과 친교 안에 머물라고”(2코린 13,13 참조) 가르치시면서, “형제들과 뜻을 같이하고 평화로이 지내도록”(2코린 13,11 참조) 권고하십니다. 참으로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형제들과 더불어 자신의 존재적 갈망(渴望)을 이룹니다.



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요한 3,18)

폴란드 출신의 인간학자 스타니슬라프 그리겔(S. Grygiel) 교수는 “회두(回頭)란, 타인에게 자신을 계속해서 맞추어 가는 것이다. (때문에) 인간에게 있어서 진리란, ‘지성과 사물과의 일치’이기보다는 ‘인격과 인격과의 일치’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삼위일체적 하느님을 향하여 걸어가는 여정 안에서 진리는 찾아지고 실현되는 것”이라고 부연합니다.(「혼인에 관한 인간학적 기초들」 참조)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하느님께서는 세상 사람들 가운데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구원을 받도록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셨다”(요한 3,16-17 참조)는 것을 분명하게 새겨줍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에게는 ‘심판에 대한 염려’보다는 오히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더 중요합니다.



삼위일체는 신앙의 신비(「가톨릭 교회 교리서」, 237항)

십자가의 성 요한께서는 “모든 것이 되려면 아무것도 되려고 하지 마라. 모든 것을 알려면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마라”고 깨우쳐 주셨습니다.(「가르멜의 산길」 참조) 그러므로 유한한 인간은 무한한 하느님 안에서만 자신을 찾고 완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백해야 합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뿐만 아니라 다른 형제들과도 인격적인 일치의 삶을 살도록 섭리하셨습니다.(창세 1,1-2,25 참조) 따라서 우리는 “조급해 하지 말고”(민수 21,4), 하느님께서 우리의 존재 안에 새겨주신 삼위일체의 신비를 삶으로 깨달아야 합니다. 부디 여러분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믿고 고백하며, 그분의 신비 안에서 서로 일치하는 은총을 누리시길 빕니다. 아멘.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