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인 이정연
- 좋은문학창작예술인협회
코나 입을 터치하면 더 잘 보입니다
작살나무/시인 이정연(李正淵)
좋은문학 창작예술인협회 제 1 동인지 참여
작살은
옛날 사람들이 물고기를 찔러서 잡는 도구였어.
작살나무는
갈라진 가지 모양이 마치 작살 같아서 붙은 이름이래.
실제로 이 나무로 작살을 만들었다고도 하지.
요즘엔 작살질이 불법이야.
콩 알만 한 열매가 아름다운 작살나무는 품종이 다양해.
열매가 흰색이라 흰작살
보랏빛 열매가 작다고 좀작살
털이 없는 품종은 민작살
추위에 강해서 우리네 겨울 산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이번 주말에는
산에 올라 숲 속에서
작살나무와 보라색 열매를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비루개/ 시인 이정연(李正淵)
이름이 없어야 자연이지
이름이 있으면 누군가 드나든다는 증거야
떨어진 도토리 뒹구는 그대로가 좋지.
고개면 어떻고 언덕이면 어때
단지 그곳에 있는 것으로 그만이지
그저 다람쥐 넘나드는 그대로가 좋지.
비루개가 그래
고개라고도 하고 언덕이라고도 하고
이름이 생긴다는 것은 다 그런 일이야.
별이 가까운 고개라고 부르다가
별이 내리는 언덕이라고도 불렀다하네
허나 비루개라는 지금 이름이 제격이지.
비루개는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 갓바위(笠巖) 마을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용암리(龍巖里)를 이어주는 고개로서
도정산(道正山)에서 용암산(龍巖山)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있으며
숲이 울창하고 한적하여 걷기에 쾌적한 그리 높지 않은 산길 고개의 이름이다.
오이지 항아리/ 시인 이정연(李正淵)
효자봉(孝子峰)아래
아파트 101동 808호에는
섬(蟾)이 난(蘭)이 그리고 아내
그렇게 나와 네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밤꽃이 한창인
하지(夏至)즈음에
신줏단지를 옮기던 아내
다리가 삐끗하여 인대가 늘어납니다.
날이 밝자
어김없이 섬(蟾)이가 끙끙 됩니다.
효자봉(孝子峰)을 산책하던 버릇 때문입니다.
창가의 난(蘭)이도 덩달아 심드렁한 얼굴입니다.
허지만
아내는 다리가 아파 걷기가 어렵습니다.
옮기려던 신줏단지도 그대로입니다.
섬(蟾)이도 난(蘭)이도 온통 아내만 올려다봅니다.
나는 하는 수없이
신줏단지를 혼자서 옮기기로 작정합니다.
갑자기 아내가 뻗정다리로 나를 말립니다.
그러다가 그만 신줏단지가
쨍그랑
쏟아진 오이지
영문도 모르는 섬(蟾)이 난(蘭)이는 안절부절 입니다.
빈병 / 시인 이정연(李正淵)
우리는 지금 어디론가 가고 있어요.
어눌한 할머니가 끄는 손수레에 실려서
주둥이가 흠집 난 친구, 밑이 빠진 친구,
제각각의 친구들이 서로를 버거워하며 다소곳이 서있네요.
한 편에는 우리와 함께했던 빈상자도 널 부러져 있는데,
모두들 초면이라 겸연쩍어 데면데면합니다.
그렇게 얼마동안 어딘가를 갔어요.
할머니의 주름 진 손에 푼돈이 쥐여질 무렵,
온힘을 기우려 뚝심을 주고 있던 그 누가 투정을 부리네요.
‘얼마나 비싼 술이 담겨 있었는데’
허나 아무 소용이 없네요.
모두가 똑같이 속이 텅 비었기 때문입니다.
모음터 귀퉁이
병을 고루고 헹구는 소리 사이로
애써 외면한 그 눈길이 미련에 서린 채
'우리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그동안 그저 무덤덤하기만 하던
기억자로 등이 굽은 할머니가 우리를 배웅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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