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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아우성 “임대차 개선보다 최저임금 조정 시급”

namsarang 2018. 8. 30. 12:19


소상공인 아우성 “임대차 개선보다 최저임금 조정 시급”

당정 대책에 시큰둥
임대료 인상 문제로 폭력 사태를 불러왔던 서울 서촌 궁중족발이 있던 자리. [신인섭 기자]

임대료 인상 문제로 폭력 사태를 불러왔던 서울 서촌 궁중족발이 있던 자리. [신인섭 기자]

편의점주인 이영호(50·가명)씨가 편의점을 시작한건 2013년. 장사에 서툴렀던 탓에 처음 2년 동안 2000만원의 부채가 생겼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가게에 머물며 돈을 버는 족족 매장에 재투자했다. 노력은 성과가 됐다. 편의점 운영 3년차가 되던 해 이익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인근에 경쟁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다시 적자가 쌓였다. 설상가상으로 지병인 당뇨병도 악화됐다. 편의점 본사에 폐점을 요청했지만, 본사는 “당초 계약기간인 5년을 채워야 한다”며 위약금으로 1억2000만원을 요구했다. 가게세도 제대로 내기 힘든 날들이 이어지면서 그의 편의점은 경매에 넘어갔다. 
  

‘궁중족발’ 같은 임대차 갈등
서울 올 상반기 8063건 역대 최다
“마음 편히 장사했으면” 한 목소리

임대 계약 5년 → 10년 연장
상가 임대료 인상률 연 5%로 제한
“당장 쫓겨날 판인데 무슨 소용있나”

프랜차이즈 가맹점 지원
가맹점주에게 연간 620만원 혜택
“알바 쓸 돈 없어 집회도 못 나가”

당정이 지난 2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이하 지원대책)’을 합동으로 내놓은 것은 최근 경기 침체의 최대 피해자가 이씨 같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2년 연속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여파에다 근로시간 단축, 내수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갈림길에 내몰려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간,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도 가중되고 있다. 당정이 이날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대상 확대 등을 통해 6조원을 직접 투입지원하고, ▶안정적 임차환경 조성을 위한 실효성 확보 추진, ▶가맹본부-가맹점간 상생 분위기 확산 등을 주요 대책으로 내놓은 이유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자영업자 한 사람당 연 600만원 대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나마 모든 조건을 만족할 때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중앙SUNDAY는 실제 생업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대책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었다. 이들의 요구는 ‘지금 자리에서 마음 편히 장사했으면 좋겠다’는 한 가지로 수렴했다. 
  
  
정부 대책 시행 전 임대료 급등 우려 
  
지원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안정적 임차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들이다. ‘서촌 궁중족발 사태’에서처럼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은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23일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총 8063건의 상가임대 관련 갈등 상담이 접수됐다. 지난해 전체 상담 건수(1만1713건)의 68%를 넘어섰다. 이는 2002년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가 개소한 이래 반기 기준으론 역대 최고치다. 서울시 공정경제과 황규현 주무관은 “경기가 어려운 탓인지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해가 갈수록 심해져 서울시가 분쟁조정을 해도 조정이 잘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제법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서울 동작구에서 7년째 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영호(47·가명)씨도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그는 6개월 넘게 건물주인과 갈등 중이다. 갈등의 시작은 올해 초. 음식점이 입점해 있는 건물을 증여받은 건물주의 아들들이 연락을 해오면서다. 현재 임차 조건은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250만원. 하지만 새 건물주들은 그에게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는 400만원으로 각각 올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매출은 더 줄어든 상태. 과거 1억원 선이던 권리금도 현재는 6000만원을 받기도 어렵다. 고민의 날들이 이어지면서 김씨는 최근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 사정은 이렇지만 건물주는 임대료 인상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김씨 같은 이들을 위해 계약갱신 청구권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한 자리에서 적어도 10년은 마음편히 장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상가 임대료 인상률 역시 연간 5%로 제한된다. 기존 상한선(9%)에 비해 4%포인트 줄어들었다. 하지만 정부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김씨도 “당장 올해 안에 쫓겨나갈 판인데 정부의 안은 아직도 확정된 게 아니라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안 대로라면 단기간 임대료가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연 5%로 임대료 인상이 제한될 것에 대비해 임대인들은 제도 시행 전에 한꺼번에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수수료 낮추는 건 먼 얘기” 
  
당정은 지원대책의 주요 부분으로 가맹본부-가맹점간 상생 분위기 확산을 꼽았다. 업계 자율적으로 과다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도출토록 하고 최저수익 보장과 가맹점 영업지역 확대 설정 등을 이행하는 가맹본부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게 골자다. 실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갈등도 어느 때보다 악화되고 있다. 서울시 불공정피해상담센터에 접수된 가맹점 관련 신고 건수는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187건으로 지난해 전체 접수 건수(265건)의 70%를 넘어섰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연평균 매출 5억5000만원의 편의점의 경우 연간 620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자리안정자금지원(직원 3인 기준, 연 72만원 혜택)을 제대로 지원받으려면 직원들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등 전제조건이 만족돼야 해 현실성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