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교리상식

가톨릭이란 말의 유래를 알고 싶어요

namsarang 2009. 8. 25. 22:44

52

가톨릭이란 말의 유래를 알고 싶어요


가톨릭이란 말은 어디에서 나왔나요?
 
 가톨릭이란 말은 어디에서 나왔나요? 그리고 왜 가톨릭이란 말이 천주교나 천주교 신자들을 가리키는 말이 됐는지도 궁금합니다.
 
 천주교 신자나 개신교 신자는 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요 하느님으로 믿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하지만 영어식으로 부를 때 천주교 신자를 가톨릭 또는 로마 가톨릭으로, 개신교 신자는 프로테스탄트라고 구별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가톨릭은 천주교를 나타내는 말로 굳어졌다고 할 수 있지요. 가톨릭이란 말이 어디에서 나왔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가톨릭(Catholic)은 '보편적'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말 καθολικοs(catholicos)에서 유래합니다. '보편'(普遍)은 '특수'(特殊)와 반대되는 말로 '모든 것에 두루 미침'을 뜻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이 몇몇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 세상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구원 사업을 '보편적' 구원 사업이라고 하지요. 부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보편적 부활'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모든 사람의 부활을 말합니다.

 이처럼 '보편적'이라는 뜻을 지닌 '가톨릭'이란 말을 교회와 연관해서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티오키아는 소아시아 남쪽, 오늘날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터키 남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도시로, 초세기 교회에서는 예루살렘, 로마, 알렉산드리아 등지와 함께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인 교회가 있는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제자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게 된 것도 이곳 안티오키아에서였지요(사도 11,26 참조). 사도 베드로도 로마로 가기 전에 안티오키아에서 주교로 지냈다고 합니다.

 아무튼 기원 후 50년 쯤에 안티오키아에서 태어난 이냐시오 성인은 안티오키아 교회의 2대 혹은 3대 주교였고 나중에 로마에서 순교했습니다. 이 이냐시오 성인이 순교하러 로마로 가는 도중에 소아시아 지방 7개 교회 가운데 하나인 스미르나 교회에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아버지를 따르시듯이 여러분은 주교를 따르십시오. 또 여러분이 사도를 따랐듯이 원로들도 따르십시오.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는 곳에 '가톨릭 교회'가 있듯이, 주교가 있는 곳에 교회 공동체들도 있습니다."

 그 이후 '가톨릭'이란 표현은 교회와 결부해 사용되는 일이 많아졌고, '보편적'이란 뜻 외에 '참된' '하나이고 유일한' 같은 의미들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가톨릭 교회라고 하면 보편적인 교회, 참된 교회, 하나이고 유일한 교회 등으로 받아들여졌지요.
 교회가 로마 교회(서방 교회)와 정교회(동방 교회)로 갈라지면서 양쪽 교회에서 다 '가톨릭'이란 표현을 쓰다 보니 구별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혼란을 피하고자 서방 교회를 '로마 교회' 또는 '로마 가톨릭 교회'라고 부르게 됐지요.

 그후 16세기에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로마 가톨릭 교회에 항의하여 새롭게 교회를 시작한 개신교들을 프로테스탄트('항의하는 사람들'이란 뜻)라고 부르면서 가톨릭이란 말은 자연스럽게 로마 교회에 붙는 고유 명칭처럼 됐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성공회가 국교가 되면서 가톨릭이란 말을 로마 교회에만 붙이는 것을 못마땅해 했습니다 로마 교회만 '가톨릭'이 아니라 성공회도 '가톨릭', 곧 참되고 보편된 교회라는 거죠.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가톨릭(로마 교회, 천주교), 프로테스탄트(개신교), 성공회, 정교회 등으로 그리스도교를 구분하지만, 유럽에서는 가톨릭을 로마 교회 또는 로마 가톨릭 교회라고 부릅니다. 이와 별개로 동방 가톨릭 교회라고 부르는 교회들도 있는데 교회가 동방교회(정교회)와 서방교회(로마 교회)로 나뉜 후 동방교회에 속해 있다가 다시 로마교회로 돌아온 교회를 가리킵니다.
 
 ◇알아둡시다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Catholic은 '카톨릭'으로 표기해야 하지만 한국 천주교회는 이미 훨씬 오래 전부터 '가톨릭'이라고 써왔습니다. 그래서 한국 주교회의에서는 이 관행을 존중해서 '카톨릭'이 아니라 '가톨릭'으로 표기토록 결정했지요. 이 원칙이 지켜지기를 바랍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사람 이름인 베드로(Petrus), 바오로(Paulus), 가타리나(Catharina)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