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번 바치는 삼종기도에 대해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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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종기도는 비교적 짧은 기도지만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십자가와 부활에 이르는 파스카 신비를 살도록 이끌어주는 훌륭한 기도다. 사진은 밀레의 `만종`. | 삼종기도는 하루에 세 번, 새벽 6시와 낮 12시, 저녁 6시에 하느님의 아드님이 사람이 되신 신비, 곧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며 바치는 기도입니다. 이 시간에 종이 울리는 동안 기도를 바친다고 해서 우리말로는 삼종기도(三鐘祈禱)라고 하지만 영어(라틴어)로는 Angelus라고 하지요. Angelus는 '천사'라는 뜻의 라틴어로, '주님의 천사가…'로 시작하는 삼종기도가 라틴어로는 'Angelus Domini…'로 시작하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삼종기도 유래 삼종기도는 오래 전통을 지닌 기도이지만 복잡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먼저 13세기에는 저녁에 종소리가 울릴 때면 성모송을 세 번 바치는 관습이 수도자들, 주로 프란치스코회 수사들에게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프란치스코회 총장을 지낸 성 보나벤투라(1217~1274)는 수사들에게 저녁기도 종이 울릴 때 신자들도 성모송을 바치도록 권유하라고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이 시간대에 성모송을 바치라고 한 것은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인사를 한 시간이 이 시간대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저녁 삼종기도를 바치는 관습이 퍼져나갔고 교황들이 저녁 삼종기도를 바치면 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더욱 확산됐습니다. 저녁 기도 종소리에 맞춰 마리아께 인사를 드리며 성모송을 바치는 관습이 널리 퍼지면서 아침에도 종소리에 맞춰 성모송을 세 번 바치는 관습이 시작됐습니다. 이탈리아 북부 도시 파르마에서는 새벽에 마을 종소리가 울리면 기도를 바쳤는데, 파르마 주교는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세 번씩 바치라고 권고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저녁 삼종기도와 결부돼서 아침 삼종기도를 바치는 관습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한편 14~15세기에 와서는 프라하나 마인즈 같은 북유럽 도시들에서 금요일 정오에 종을 치고 예수님 수난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금요일뿐 아니라 다른 날에도 종을 치고 기도하는 관습으로 확산됐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475년에 루이 11세가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정오에 평화의 종이 울리면 기도를 바치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낮 삼종기도를 바치는 관습으로 정착됐지요. 따라서 삼종기도는 저녁 삼종기도가 제일 먼저 생겼고, 그 다음에 아침 삼종기도, 마지막에 낮 삼종기도가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후대에 이르러 합쳐져서 하나의 삼종기도를 이루게 됐고, 16세기에 와서는 기도서에도 삼종기도가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17세기에는 삼종기도 형식이 완성됐고, 이후 교황들이 삼종기도에 대사를 부여하면서 보편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른 것입니다. ▶삼종기도의 의미 교황 바오로 6세는 「마리아 공경」이라는 교황 권고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이 기도를 가능한 언제 어디서나 바치도록 간곡히 부탁"하면서 삼종기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삼종기도는 단순한 구성과 성서적 성격, 평화와 안녕을 비는 역사적 기원, 아침 낮 저녁 시간을 거룩하게 하는 준 전례적 리듬, 그리고 하느님 아들의 강생을 기념하면서 그의 고난과 십자가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도록 기도하는 파스카 신비를 회상하게 하는 특징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일과 중에 그리고 하루 일을 마칠 때도 이렇게 한 번씩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삼종기도를 바친다면 우리 신앙을 더욱 깊게 해줄 뿐 아니라 우리의 믿음을 삶으로 실천하는 데에도 큰 힘과 격려가 될 것입니다. ▨알아둡시다 삼종기도를 바칠 때는 전통적으로 무릎을 꿇고 바쳐왔습니다. 무릎을 꿇는 것은 가장 공손하고 겸손한 동작이지요. 그러나 토요일 저녁과 주일에는 일어서서 바칩니다. 주일은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고, 토요일 저녁 역시 주일을 시작하는 첫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또 부활 시기(부활대축일부터 성령강림 대축일까지)에는 부활 삼종기도를 바치는데, 이때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서서 바칩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