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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 기도 유래와 의미가 궁금합니다(하)

namsarang 2009. 9. 1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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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 기도 유래와 의미가 궁금합니다(하)



 십자가의 길 기도는 어떻게 해서 생겨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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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의 길 기도를 통해 얻는 전대사

 지난호에서는 십자가의 길 유래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그러면 오늘날에도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면 전대사를 얻을 수 있을까요. 물론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길 기도를 통해 전대사를 얻으려면 대사를 얻는 데 필요한 일반적 조건(고해성사와 영성체, 교황의 지향을 위한 기도)을 이행하면서 십자가의 길 기도에 따르는 몇 가지 조건을 채워야 합니다.

 우선, 십자가의 길 14처가 적법하게 세워진 곳이어야 합니다. 봉헌식을 한 성당에 있는 14처는 적법하게 세워진 14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길을 바치고 싶다고 개인이 임의로 14처를 세우는 것은 적법한 14처라고 볼 수 없겠지요.

 다음으로, 14처가 있어야 합니다. 14처는 성화나 조각으로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십자가만 있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또 14처 전체를 중단하지 않고 순서대로 바쳐야 합니다. 이밖에도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몸소 가신 것처럼,  십자가의 길을 바칠 때는 각 처로 이동하면서 바쳐야 합니다. 그러나 공동체가 한꺼번에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칠 경우에는 주송자만 이동하고 나머지는 그 자리에서 바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불가피하게 14처가 있는 곳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칠 수 없는 사람들, 예를 들면 병자들이나 감옥에 갇힌 수인들은 전대사를 받을 길이 없을까요. 이들의 경우 적어도 30분 이상 예수님 수난과 죽음에 관해 묵상하면서 기도하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 기도의 형태와 의미

 1731년 교황 클레멘스 12세가 십자가의 길을 14처로 고정한 이후 14처 십자가의 길 기도는 오늘날까지 가장 전통적이고 대중적인 기도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이 14처는 ①사형선고 받으심 ②십자가를 지심 ③첫 번째 넘어지심 ④어머니 마리아를 만나심 ⑤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짐 ⑥베로니카가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 ⑦두 번째 넘어지심 ⑧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 ⑨세 번째 넘어지심 ⑩병사들이 예수님의 옷을 벗기고 초와 쓸개를 마시게 함 ⑪십자가에 못박히심 ⑫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심 ⑬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 ⑭무덤에 묻히심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십자가의 길에 예수님 부활을 포함시켜 십자가의 길 기도를 15처로 바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그 자체로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부활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점에서 15처를 포함시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보는 신학자들도 있고, 반면에 예수님이 묻히신 그 무덤이 또한 부활하신 장소이기에 14처로도 충분히 예수님의 부활까지 묵상할 수 있다고 보는 신학자들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14처로 바쳐야 하느냐 15처로 바쳐야 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느냐 하는 것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신 때부터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으로 올라 마침내 그곳에서 못박혀 숨을 거두시고 무덤에 묻히시기까지는 비록 거리상으로나 시간상으로는 짧은 여정이지만 예수님의 전 생애를 집약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죄한 분이 대역죄인으로 낙인찍히고, 놀라운 표징들로 하느님 나라가 이미 와 있음을 선포하시던 분이 십자가의 무게에 짓눌려 무참히 쓰러지십니다. 예수님 공생활에 비춰보면 십자가의 길은 참으로 기막힌 역설이요 반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역설의 길은 마침내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죽음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영광스럽게 부활하십니다.  

 오늘날 우리가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면서 묵상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이러한 점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지신 십자가의 길이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순시기에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어봅시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