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의(아녜스, 부산교구 해양사목 봉사자)
국적, 종교, 언어에 관계없이 선원들을 만나고 일하는 해양사도직은 사실상 종파를 초월한다. 에큐메니컬(ecumenical, 그리스도교 일치운동) 정신이 잘 드러나는, 아니 그것을 드러내야 하는 활동이다.
외국 항구에는 가톨릭 해양사목과 성공회 선원선교회가 한 건물 또는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곳이 많다. 부산 중앙동 국제선원센터도 여기에 속하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개신교 2개 선원선교 단체를 더해 모두 4개 단체가 한집살이를 한다는 것이다.
선원들의 쉼터와도 같은 선원센터에 자주 가는 만큼 타종교 봉사자들과 자주 만나게 된다. 개신교쪽 봉사자들은 열정이 강하다. 클럽 한 쪽에서 기타 치며 어울리기 좋아하고, 중보기도를 열심히 하면서 선교에 대한 열정을 발산하는 그들을 보면서 많이 감탄했다.
그런데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서로 삐걱거리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우리는 우리 눈으로 저들을 판단하고, 저들은 저들 잣대로 우리를 재단한다. 센터운영에 관한 결정사항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어 우리 단체장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왜 항상 가톨릭에서만 양보하고 손해를 봐야 합니까? 저 사람들은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는 것 같은데요."
우리 단체장이 얘기를 다 듣고난 뒤 말문을 열었다.
"저 사람들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전 세계 항구로 복음을 전하는 문서들을 배편으로 보내고,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에 항만 선교사들을 파견하고. 저들은 우리를 대신해 복음을 전하러 나가는 사람들이에요. 저들 복음과 우리 복음은 다르지가 않잖아요."
나는 뒤통수를 얻어 맞았다. 문득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예수마음'.
봉사를 한답시고 선원센터를 들락거렸거만 그동안 허투루 다닌 것 같았다. 예수님 마음으로 이해했다면 너와 나를 구별하지 않고 복음이 전파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기뻐했을 텐데.
이 일을 계기로 개신교 봉사자들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외국 선원들을 위한 파티가 열린 날, 우리는 개신교 봉사자들과 기쁜 마음으로 파티를 준비했다. 우리 모두 한 형제자매가 됐다. 그 날 파티에서 하나라는 일치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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