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초대 상공부 장관으로 임명된 고(故) 임영신(1899∼1977)이 장관직에 올라 출근을 시작한 직후 이런 말을 했다. 그녀의 이 '오줌론(論)'은 남성보다 더 남성 같은 그녀의 장쾌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남성중심사회 한가운데에 지휘권자로 진출한 여성이 얼마나 혹독한 어려움에 처했는지를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장관이자 최초 여성 국회의원 타이틀을 보유한 임영신은 충남 금산에서 12남매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전주 기전여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을 떠나 1930년 캘리포니아주의 USC를 졸업하고 1931년 중앙보육(中央保育)학교 교장에 취임하면서 여성 교육자로서의 기틀을 다졌다.
-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초대 상공부 장관으로 임명된 고(故) 임영신
- (1899∼1977)(사진 오른쪽)
60여년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 정당'이 창설된 선진적인 정치 문화를 보였던 대한민국이었다. '장관'이라는 관문이 여성에게도 개방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과연 얼마나 많은 여성이 이 자리를 거쳐 갔을까.
한데 결과는 마치 뱅뱅 도는 쳇바퀴를 보는 듯하다. 이승만 정권에만 3명이었던 여성 장관이 이번 정권 들어서도 여전히 3명(전재희·변도윤, 백희영 내정자)이다. 최규하·전두환 정권 당시 각각 1명이었던 장관이 노태우 정권 4명을 거쳐 김영삼 정권엔 8명, 김대중 정권에선 9명의 여성이 장관직에 올랐었다. 노무현 정권 출범 당시 강금실(법무부)·김화중(보건복지부)·지은희(여성부)·한명숙(환경부) 등 4명이 동시에 장관에 기용되는 '파격'을 보였고 한명숙 장관이 여성 첫 총리직에 오르는 등 과감한 인사가 있었지만, 이후로는 여성 중용 바람이 시들해지면서 결국 정권 5년 동안 5명의 여성 장관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선 여성의 진출이 더욱 미미하다는 게 여성계의 지적.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08년 글로벌 성(性)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30개국 중 하위권인 108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