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의 부인으로 평범하게 살던 오선영은 어느 날 동창을 통해 명사 부인 모임에 끼게 되고, 그곳에서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여성들을 만난다. 남편을 졸라 양품점에서 일하게 된 선영은 남편의 제자와 춤바람이 나고 유부남과 깊은 관계에 빠져 가정 파탄의 위기에 처하지만, 남편의 아량과 이해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간다.
정비석(1911~1991)이 1954년 발표한 소설 '자유부인'은 14만부쯤 팔려 우리나라 출판 사상 처음으로 10만부를 넘긴, 명실상부한 최초의 베스트셀러다. 같은 해 1월 1일부터 8월 6일까지 서울신문에 215회에 걸쳐 연재됐고, 연재 완료와 동시에 정음사에서 단행본으로 간행됐다. 연재 기간 동안 서울신문의 부수가 급증했다가 소설이 끝나면서 5만2000부가 한순간에 떨어져나갔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내내 장안의 화제와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 ▲ 소설 '자유부인'(왼쪽 사진), 동명의 영화(1956)(사진 오른쪽)
황산덕 서울대 법대 교수가 같은 해 3월 1일 "문화의 적(敵)이요, 문학의 파괴자요, 중공군 50만명에 해당하는 적"이라며 정비석을 비난하는 글을 '대학신문'에 쓰고, 작가는 이에 반박하는 글을 3월 11일 서울신문에 게재함으로써 전 사회적 논란거리가 됐다. 대학 교수단과 여성단체가 당국자에게 연재금지를 요구하는 한편, 다른 쪽에선 "일부 여성들의 허영심을 꼬집은 세태소설이므로 용기를 갖고 계속 집필하라"는 격려가 쏟아졌다. 동명의 영화(1956)로 제작돼 '춤바람'이란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문학평론가들은 "봉건적 질서와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 미국 문화의 유입에 따른 전후 한국사회의 과도기적 혼란상을 잘 드러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비석의 뒤를 이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혜성같이 등장했다. 그는 1963년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라는 에세이집에서 김동리, 서정주 등 당대 문단의 거두들을 싸잡아 부정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판본을 거듭하며 지금까지 250만부가 팔렸다.
1970년대는 최인호가 조선일보에 연재했다가 단행본으로 출간된 '별들의 고향'의 시대였다. 산업화가 초래한 비정한 사회와 인간의 배신을 다룬 이 소설은 비운의 여주인공 경아를 본떠 전국의 술집 아가씨들이 진아, 상아 등 '~아'로 이름 짓는 진풍경을 낳았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들어선 1980년대엔 힘 있는 자를 통한 대리만족을 안겨준 '인간시장'(김홍신)과 빨치산의 세계를 그려낸 '태백산맥'(조정래) 등이 '밀리언셀러'의 시대를 열었고, 최근 금융위기와 실업 만연의 세태에 가족의 가치를 환기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그 계보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