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대한민국 제1호

첫 복제동물 '영롱이' 1999년

namsarang 2009. 10. 28. 22:14

[대한민국 제1호]

첫 복제동물 '영롱이' 1999년

대한민국 최초의 복제 동물인 복제 젖소 '영롱이'.
지난 1일 조선일보에는 서울대가 세계 최초로 복제한 늑대 암컷 한 마리가 최근 평균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숨졌다는 기사가 실렸다. 같은 날 제주대 박세필 교수 연구진이 멸종위기에 처한 제주 흑우(黑牛)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기사도 실렸다. 하루에 복제 동물의 운명이 엇갈린 것이다. 이날 대한민국 최초의 복제 동물인 복제 젖소 '영롱이'는 하늘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영롱이는 1999년 2월 12일 오후 5시30분 경기도 화성시의 한 목장에서 태어났다. 당시 복제를 주도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 '영롱(young-long)이'란 이름을 붙였다.

영롱이는 1996년 태어난 최초의 복제 동물 돌리와 같은 방법으로 태어났다. 넓게 보아 영롱이의 어미는 3마리다. 우선 우유를 많이 생산한 우량 암소에서 자궁 세포를 얻었다. 다음엔 다른 암소에서 난자를 채취해, 유전물질이 든 핵을 제거했다. 자궁 세포를 '비어 있는' 난자에 집어넣고 전기충격으로 융합시켰다.

이렇게 해서 자궁 세포의 유전자를 가진 수정란이 만들어졌다. 수정란은 시험관에서 며칠 자란 후 또 다른 암소의 자궁에 이식됐으며, 275일 후 영롱이가 태어났다. 영국(양)·일본(소)·뉴질랜드(소)·미국(쥐)에 이어 세계 5번째의 복제 동물이 탄생한 것이다. 젖소로는 세계 최초였다. 두달 뒤 황 교수는 복제 한우도 탄생시켰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진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영롱이는 건강하게 자라 새끼도 많이 낳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좋은 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1년 4월 당시 과학기술부 김영환 장관은 "복제 소 20마리를 북한에 보내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말 잔치로 끝났다. 과학을 정치에 이용했다고 영롱이까지 도매금으로 욕을 먹은 것이다.

결정적인 시련은 2005년 말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불거진 복제 진위(眞僞) 논란이었다. 황 박사는 영롱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복제 여부를 입증할 자료도 사라지고 없었다. 유전자를 제공한 어미는 이미 죽은 지 오래돼 DNA 검사도 할 수 없었다. 논란이 일면서 복제 소는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최근 황 박사의 측근은 두 소가 2~3년 전 자연 폐사했다고 밝혔다.

제주대 박세필 교수는 영롱이의 진위에 대해 "당시 진행되던 황 교수의 연구로 볼 때 영롱이는 실제로 복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모든 복제 동물이 논문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복제 방법이 이미 알려진 것이기 때문에 2003년 경상대 김진회 교수의 돼지 순종 복제나 2005년 서울대의 세계 최초 복제 개 '스너피'처럼 특별한 경우에나 논문으로 인정받는다는 것.

영롱이가 태어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선 세계 최초로 애완견 복제사업이 시작됐다. 장기이식용 미니돼지 복제도 봇물이 터지고 있다. 축산과학원은 거세된 우량 수소를 복제해 인공수정용 '씨'를 보존하고 있다. 제주대는 우량 흑우 암소도 복제해 이번에 복제한 씨수소와 자연교배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