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험담
해마다 사순이 되면 저는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는데 잘 안 됩니다. 기도를 해도 안 되고 입을 봉하고 있으려고 해도 작심삼일이라고 길게 가지 못합니다. 어떡하면 남을 험담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A. 자매님께서는 성실한 신앙인의 삶을 살려는 의지를 갖춘 분이니 스스로 자책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자매님에게 험담에 얽힌 썰렁한 이야기 하나를 해 드리지요.
어떤 나라에서 오랫동안 태평성대한 나날이 이어지니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할 일이 없자 남의 험담을 하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 꼬리를 물고 물어서 나중에는 사람들끼리 대로변에서 멱살잡이하는 일까지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은 이번 사순 시기에는 절대로 남을 험담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뒤 사람들이 길을 가는 모습을 보니 어떤 사람들은 누구에게 맞은 것처럼 입이 퉁퉁 부었고, 어떤 사람은 입이 부르터 밥을 먹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임금님이 하도 궁금해서 사연을 알아보니, 입이 부은 사람들이 말하길 험담하지 않으려고 결심은 했는데 혼자서는 고치기 어려울 듯해서 험담을 할 때마다 서로 입을 때려주기로 약속을 했는데 맞아서 부은 입으로도 여전히 다른 사람 험담을 하는 바람에 그만 입이 그렇게 됐다는 것입니다.
임금님이 이번에는 입이 부르튼 사람들에게 너희는 왜 그런가 묻자 저희는 절대로 남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입이 부르트고 입맛이 없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임금님은 이러다간 백성을 다 잡겠다고 걱정이 돼 그냥 생긴 대로 살라고 다시 명령했다는 썰렁한 이야기입니다.
남을 험담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꾸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한 가지, 힘이 남아돌아서 입니다. 아파 죽을 지경이거나 밥을 못 먹어 기운이 없는 사람들은 남을 험담하지 못합니다. 기운이 없어서 그러나 병이 나아가면서 그리고 밥을 먹고 기운이 슬슬 나면서부터 남의 말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이것은 역으로 말하자면 남의 말을 많이 하고 다닌다는 것은 그만큼 몸에 힘이 넘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험담을 하지 않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어디엔가 힘을 쏟아 기운을 소모하면 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 삶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갖지 말고 오로지 자신 인생을 더 낫게 만드는 데 힘을 쏟는다면 자연히 남의 말을 할 기운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기운이 남아도는 상태에서 험담하지 않으려고 하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요? 입이 부르트고 소화가 안 되는 등 몸에 이상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억압하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험담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험담은 지나치거나 중독되지 않는다면 때로는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즉, 마음 안에 쌓인 감정의 배설물을 배출하는 기능을 합니다. 또 돈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험담이 아주 유용한 오락거리가 되기도 하고, 정신건강을 유지해주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해 험담을 할 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생동감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개똥도 경우에 따라 약으로 쓸 수 있다고 하는데 험담도 때로는 이렇게 심리치료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약이 과하면 몸에 해롭듯 험담 역시 그렇습니다. 따라서 지나치지 않게 중독되지 않게 사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험담을 약처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Q2. 냉담자
저희 단체는 쉬는신자 방문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가끔 신앙생활을 쉬는 분들을 그냥 '냉담자'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고 그분들이 아주 큰 문제를 가진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왠지 마음이 불편합니다. 저 혼자만의 느낌인가요?
A. 냉담자를 말 그대로 해석한다면 하느님께 대한 감정이 식은 분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보면 그런 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개 시간이 없어서, 혹은 자신을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성당에 가는 것을 차일피일하다 아예 쉬는 분들이 대부분이지요.
간혹 냉담하시는 분들이 있긴 한데 그분들 역시 백안시해서 볼 이유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부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감정적으로 냉담해질 때가 있고, 그러다가 다시 풀려 더 다져진 부부생활을 하게 되듯, 신앙생활 역시 그렇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의심도 하고 회의도 하다 다시 믿음을 되찾는 삶을 반복하는 것이 신앙생활의 순환적인 양태이며, 그럴수록 더 믿음이 강해지는 것입니다.
쉬는신자들을 문제아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성당에 나오면 누구보다 더 믿음 강한 삶을 사실 분들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자매님께서 다른 분들이 쉬는신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에 불편한 감정을 갖는 것은 정당하고 자연스런 감정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