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대한민국 제1호

1984년 3월 대원외고·대일외고

namsarang 2009. 11. 4. 22:24

[대한민국 제1호]

1984년 3월 대원외고·대일외고

  • 안석배 기자 sbahn@chsoun.com

 

1984년 3월 서울 중곡동 대원외국어학교(현 대원외고)에 신입생 720명이 입학했다. 당시 대원외국어학교는 지금처럼 특수목적고가 아닌 '각종학교'로 대안(代案)학교 성격을 띠었다. 영어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이 입학했으며, 교육과정이 일반계 고교보다 자유로웠다. 대원외고 1기 A씨는 "좋은 대학 가려는 목적보다 단순히 외국어에 미쳐서 입학한 친구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성적우수 학생들이 입학하는 지금에 비해 초기 외고는 '어학 영재 양성'이라는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된 측면이 있었다. 1기 신입생을 뽑던 선발고사에선 영어지필 시험만을 봤으며, 이후 국어·수학 등이 선발고사에 추가됐다. 대원외고 1기로 입학한 B씨는 "오로지 영어 실력만을 보니 영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일부 학생들은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가르치는 내용을 영어로 받아적었다"고 말했다.

초기 입학생은 또 학력 우수자들이 아니었다. 학생 간 학력 편차도 컸다. 대원외고는 '스파르타식' 지도로 유명했다. 초기 입학생들은 "매일 10시 30분까지 담임선생님이 남아서 야간 보충수업·자율학습을 했다"며 "웬만한 인문계 고등학교보다 강하게 공부를 시켰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대일외국어학교(현 대일외고)도 대원외고와 마찬가지로 '외고 1호'로 통한다. 두 학교 모두 1984년 3월에 설립했다. 단 신입생 입학식이 대원외고가 3월 2일, 대일외고가 3월 4일이다. 설립 인가도 대원외고가 1983년 10월 27일에 받아, 같은 해 12월 29일에 받은 대일외고보다 간발 앞선다.

이어 1985년 부산외고가 개교했으며 1990년 한영·과천외고, 1992년에 명덕·이화·청주·중산·경남외고가 문을 여는 등 전국에 외고 설립 붐이 일어났다. 평준화 체제에서 문과학생이 진학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엘리트 학교로 학생과 학부모의 입학 수요가 넘쳤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 이후 경기·인천 지역에 9개의 외고가 설립되면서 경기 지역 외고와 서울지역 외고 간 '경쟁'이 본격화됐다. 외국어고가 특목고로 분류된 것은 1992년부터이다. 이 과정에서 외고 입시는 계속 어려워져 사교육을 잘 받은 학생들이 유리한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외고 폐지 논란'으로 이어졌다.

현재 전국적으로 외고는 30개이며, 내년에 3개교가 개교하면 33개로 늘어난다. 외고 입학인원은 8900여명에 이른다. 개교 예정 학교를 포함해 경기도가 9개교로 가장 많고, 서울 6개교, 부산 3개교, 인천·충북·경남 2개교 등이다. 광주를 제외한 15개 시도에 외고가 설립됐거나 내년에 개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