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어린 시절 달걀은 무척 귀한 음식이었다. 도시락에 달걀 반찬을 싸오는 아이는 다른 친구들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부활 대축일이 되면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부활 달걀을 선물로 주셨다. 그래서 부활절이 되면 주일학교 학생들이 많이 불어나곤 했다.
나는 처음받은 예쁜 그림이 그려진 부활 달걀을 차마 먹지못하고 책상에 고이 모셔놨다가 일주일 후 달걀을 먹으려 했을 때 이미 상해있어서 당황하고 아까운 마음에 속상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름다운 부활 달걀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더욱 기쁘게 해준다. 지금이야 여러 색으로 채색 하지만 처음에는 붉은 색으로만 그렸다고 한다. 붉은 색은 죽음에 대한 승리의 색으로 새 삶을 뜻하기 때문이다.
부활절에 색을 칠한 달걀을 맨 처음 사용한 곳은 메소포타미아 지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부활절에 달걀을 주고 받는 관습은 17세기께 수도원에서 시작됐다. 사순기간 수도원에서는 절제나 보속을 철저하게 지킨다. 그래서 고기뿐만 아니라 물고기나 달걀까지도 먹지 않고 빵과 마른 채소로만 식사를 하는 금육 생활을 하는 수도사들이 많았다. 그리고 부활절 아침이 돼서야 비로소 달걀을 맛보는 기쁨을 누렸다.
옛날에는 달걀이 귀해 부유층만 먹을 수 있는 식품이었다. 대부분 신자들도 부활절 아침 식사 때에야 비로소 달걀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활을 맞이한 기쁨과 함께 달걀을 선물로 주고받는 풍습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또한 중세 유럽 지방에서 달걀은 소작농의 이자를 계산할 때 사용되기도 했다. 이자로 받은 부활 달걀을 복사들과 교회의 고용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달걀은 옛날부터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었다. 달걀을 깨고 병아리가 나오는 것을 생명의 상징처럼 생각했다. 따라서 신자들이 이러한 의미를 갖는 달걀을 새로운 생명의 기원인 부활과 연관지어 생각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달걀의 이미지와 부활의 의미가 잘 맞아 떨어진 것이다.
로마 시대에는 달걀이 주술적 의미가 있어 죽은 이를 위한 부장품으로 무덤에 넣기도 했다. 이러한 관습에서 신자들은 그리스도가 영광스럽게 부활한 돌무덤을 달걀에 비유하기도 했다.
부활 토끼도 부활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왜냐면 사람들이 토끼는 잠을 자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끼는 눈꺼풀이 없으므로 잠을 잘 때 동공을 위로 밀어낸다. 그래서 부활 때 토끼를 상징하는 모양의 과자를 만들어 굽거나 토끼 모양 빵을 구웠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유럽이나 수도원에서는 토끼모양 과자나 빵을 구워 선물을 주고받는다. 이 빵은 특별히 부활 때 떠나는 여행에 사용하기도 했다.
로마인들은 오전 3시께를 닭이 우는 때라고 했다. 이스라엘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성경에 닭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온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닭은 새벽을 알리는 시계역할을 했다(마르 13, 32-35;마태 26, 75;루가 22,62). 달걀은 성경시대에도 아주 귀한 것으로 기도에 대해 예수님께서 강조하는 대목에서 언급됐다. "너희 가운데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생선을 청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겠느냐? 달걀을 청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루카 1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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