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43) 소금-지속성과 변치 않는 충실성

namsarang 2010. 1. 4. 17:33

[성경 속 상징]

 

(43) 소금-지속성과 변치 않는 충실성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물 위에서 몸을 비스듬히 기대고 책을 읽는 젊은이 사진을 본적이 있다. 처음에는 합성 사진이 아닌가 했다.

 그런데 실제로 죽은 바다라는 뜻의 이스라엘 사해에 가면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걱정이 없다. 사해 물에는 소금 성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염분 함유량이 보통 바닷물에 비해서 10배에 가깝다고 한다.

 또한 사해에는 인체에 유익한 각종 광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다고 한다. 사해 주변 진흙에는 각종 미네랄 성분이 농축돼 있어 피부 미용에 아주 좋다고 한다. 사해는 죽은 바다가 아니라 사람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바다인 것이다.

 옛날부터 소금은 아주 귀한 물건이었고 그래서 귀중하게 취급했다. 로마에서는 관리나 군인에게 봉급을 소금으로 지불하던 때도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소금을 주고 노예를 사기도 했다. 화폐처럼 사용되기도 한 소금은 주요 교역 물품이기도 했다. 그리스인이나 아랍인들은 계약을 맺을 때에 실제로 소금을 나눠 먹었다.

 소금은 지속성과 변치 않는 충실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금을 함께 먹는 계약은 영원한 계약을 상징했다. 성경에서도 소금은 인간 생명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은 물과 불과 쇠와 소금 고운 밀가루와 우유와 꿀 포도즙과 기름과 옷이다"(집회 39,26).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로부터 소금 바다를 중심으로 소금을 채취하거나 제조했다. 따라서 이스라엘인들은 다른 민족들과는 달리 소금을 상대적으로 풍족하게 섭취할 수 있었다. 유다인들에게는 "소금 없는 식사는 식사가 아니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였다. 소금은 식생활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도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는 다행히 생활에 필수적인 소금 바다와 소금 성읍이 있었다. 광야에 있는 성읍들은 벳 아라바, 미딘, 스카카, 닙산, '소금 성읍', 엔 게디, 이렇게 여섯 성읍과 거기에 딸린 촌락들이다(여호 15,61-62). 또한 소금 골짜기라 불리는 곳도 있었다(2사무 8,13).

 그런데 소금이 생명에 꼭 필요하지만 너무 많으면 죽음까지 불러올 수 있다. 소금바다인 사해가 바로 그런 말이다. 소금은 생명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황폐와 폐허, 죽음과 저주의 상징이기도 하다(신명 29,22).

 또한 이스라엘 율법에 따르면 불에 태워 바치는 번제물 위에도 소금을 뿌려야 했다. "네가 그것들을 주님 앞에 바치면, 사제들은 그 위에 소금을 뿌리고 주님에게 번제물로 바쳐야 한다"(에제 43,24). 소금에는 깨끗하게 하는 정화와 아픈데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더 나아가 몸을 튼튼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나면 탯줄을 자른 다음에 물로 몸을 씻고 소금으로 문질러줬다(에제 16,4).

 소금은 음식의 부패를 막고 맛을 내며, 생명을 지속시키고 강화한다.

 소금의 이러한 의미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 역할을 소금에 비유해 말씀하셨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 5,13).
                                  ▲ 이스라엘 사해의 관광객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