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을 모두 합쳐 73권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창세기는 구약성경의 첫번째 책이자 구약성경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모세오경(창세기ㆍ탈출기ㆍ레위기ㆍ민수기ㆍ신명기)의 첫번째 책이기도 합니다. 창세기는 세상과 인류의 기원 이야기에서 시작해 아브라함의 선택으로 이어지며 요셉의 활동으로 마무리됩니다.
1. 명칭
유다인들은 창세기 책의 이름을 이 책의 맨 처음에 나오는 단어를 따서 히브리어로 '브레쉬트(※1)', 곧 '태초에' 혹은 '한 처음에'라고 불렀습니다. 그리스어 역본인 70인역(LXX)에는 이 책이 '게네시스(※2)', 즉 '태초'라고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이 세계와 인류의 생성에 관해 상세하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명칭은 라틴어 역본인 불가타역에서는 '리베르 게네시스'(Liber Genesis)로 불려집니다. 이러한 명칭들은 단지 이 책의 앞 부분 내용을 따서 붙여진 것입니다.
2. 의의
모세오경에서 가장 중요한 책은 탈출기입니다. 그런데 탈출기 3장 6절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나는 네 아버지의 하느님, 곧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당신 자신을 소개하는 이 구절은 모세에게 말한 분이 아브라함, 이사악과 야곱 같은 '조상들'에게 나타났던 그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또한 이 구절은 성조(聖祖)시대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출하기까지 서막(序幕)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창세기는 탈출기의 서막으로서 어떻게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에 가서 살게 되었는지, 이스라엘인들의 조상은 누구인지, 또 이스라엘의 조상을 이끈 하느님은 어떤 분인지 등 이스라엘인들의 기원과 종교에 대해 말해주고 있습니다.
3. 내용
창세기는 전통적으로 태고사(1-11장)와 성조사(12-50장)로 구분됩니다. 창세기 내용을 보다 세세하게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태고사 ① 1장 : 세계와 첫 인간들의 창조 ② 2-3장 : 낙원과 타락 ③ 4-5장 : 홍수에 이르기까지 인류 ④ 6-9장: 홍수설화 ⑤ 10-11장 : 성조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인류
성조사 ① 12-25장 : 아브라함과 그의 가문 ② 25-26장 : 이사악과 그의 가문 ③ 27-36장 : 야곱과 그의 가문 ④ 37-50장 : 요셉 설화
4. 창세기의 메시지
창세기는 복잡한 이야기들과 족보들로 이뤄져 있지만 전체적으로 한 가지 주제에 의해 지탱되고 연결됩니다. 그 주제란 다름 아닌 '약속'입니다. 곧 창세기 12장 이하에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의 성조들에게 반복해서 해주신 세가지 약속입니다. 첫째는 후손에 대한 약속이고, 둘째는 땅을 주시겠다는 약속이며, 셋째는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약속입니다.
이 약속들은 창세기에서 아직 실현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하느님의 약속은 반드시 실현되고야 만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국 창세기는 탈출기에서 시작해 여호수아기에 이르러 약속의 땅에 정착할 때까지 진행되는 대장정의 시발점이며, 신약성경까지 연장되는 구원 역사의 시작입니다.
신희준 신부(서울대교구장 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