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준 신부(서울대교구장 비서)
성경의 두번째 책이자 구약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책인 '탈출기'는 인류와 이스라엘의 기원을 서술한 '창세기'에 이어 '레위기', '민수기'와 함께 이집트 탈출에서부터 요르단 동편 지역을 점령하기까지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1)명칭
'탈출기'는 히브리어 성서에서는 첫 구절을 따서 '워엘레 쓰모트(*1)=그리고 이름은 다음과 같다'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희랍어 성서인 칠십인 역본(LXX)은 본문의 중점 내용인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에 따라 '엑소도스(*2=탈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라틴어 역본인 불가타 성경(Vulgata) 역시 '엑소두스'(Exodus)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이집트(埃及) 탈출(出)에 관한 기록(記)'라는 뜻으로 '출애급기'라고 불러 왔습니다. 새로 번역된 「성경」에서는 '탈출기'(脫出記)라고 책의 제목을 바꿔 부르고 있습니다.
(2)의의
'창세기'가 인류 기원에 관해 서술한 책이라면 '탈출기'는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기술한 책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한 사건, 곧 '출애급 사건'은 히브리인들로 하여금 '야훼와 그분의 종 모세'를 결정적으로 믿게 한 징표였습니다. 이스라엘 족장들은 이스라엘의 시조인 조상들이지만 모세는 실질적 이스라엘 민족의 설립자입니다. 그는 또한 하느님에게서 십계명을 받아 율법을 제정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탈출기'는 '이스라엘 민족의 이야기'인 동시에 이스라엘 민족의 설립자인 모세의 역할을 중심으로 전개된 '모세의 일대기'입니다.
(3)내용
'탈출기'는 크게 두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부분은 1-18장으로서,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탈출해 시나이산으로 가기까지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둘째 부분은 탈출기의 나머지 부분인 19-40장으로서, 한 마디로 '계약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이스라엘 민족은 모세를 통해 십계명(20,1-17)을 포함한 율법을 받고, 시나이산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습니다(24,1-11).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 앞에서 한 목소리로 맹세합니다 : "주님께서 하신 모든 말씀을 실행하고 따르겠습니다"(24,7).
'탈출기'를 보다 상세하게 구분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1,1-12,36: 이집트의 이스라엘 백성.
② 12,37-18,27: 이집트 탈출과 시나이를 향한 여정.
③ 19,1-24,18: 시나이산에서 맺은 계약.
④ 25,1-31,17: 성막과 성궤와 제사에 대한 전례지침들.
⑤ 32,1-34,35: 계약파기(배반)와계약갱신.
⑥ 35,1-40,38: 성막 건축과 성막 봉헌.
(4)'탈출기'의 메시지
'탈출기'는 흔히 '구약성경의 복음서'로 일컬어집니다. 하느님께서 한 무리의 사람들 삶에 개입하셔서 그들을 자유 속에 다시 태어나게 하시고 그들을 당신께서 마련하신 나라로 불러모으신다는 기쁜 소식을 선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급 사건'은 이스라엘의 '야훼 종교'를 형성하게 하였는데, 이렇게 형성된 이스라엘 민족 신앙은 아래와 같은 구성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 ① 역사의 과정에서 주인은 야훼이시다.
② 그분은 백성과 계약을 맺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이다.
③ 하느님이 하는 일에는 반드시 어떤 목적이 있다.
'탈출기'는 또한 '모세의 일대기'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의 창립자이자 율법의 제정자인 위대한 지도자 모세는 이집트 왕실에서 자라나지만, 그만 살인자가 되어서 신분을 감춘 채 40여년을 평범한 시골 목동으로 지내다가 하느님 부르심을 받아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킨 영웅입니다. '탈출기'는 그의 인생의 근간이 된 하느님께 대한 열렬한 신앙심을 감동적으로 전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