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나안 정착에서 왕조 창건까지 역사
성경의 일곱 번째 책이자 전기 예언서의 두 번째 책인 '판관기'(Liber Iudicum/Κριται/※1)는 여호수아기와 달리 단일한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된 단일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인물에 관한 다수의 이야기들이 합성된 작품입니다. 실제로 판관기는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한 후 왕조를 세우기까지의 역사를 이 시기에 등장한 이스라엘 각 지파의 지도적 인물들인 12명의 '판관'들을 중심으로 기록한 책입니다. (1) '판관들'은 누구인가?
판관기의 주인공들인 '판관들'이란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뽑으신 사람들'(판관 2,16-18)이며, 실제로 전쟁 영웅인 '대판관'과 통치자인 '소판관'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파의 카리스마적 영웅들인 전자에는 오트니엘, 에훗, 삼가르, 드보라, 기드온, 입타, 삼손이 속하며, 소지역이나 도성을 다스렸던 사람들로 보여지는 후자에는 톨라, 야이르, 입찬, 엘론, 압돈이 속합니다. 그런데 판관기에서 이스라엘을 해방하는 활동은 주로 전자가 했는데도 불구하고 후자도 판관들 반열에 올려진 것은 아마도 '12'라는 수에 판관들의 수를 맞추려는 의도 때문인 것 같습니다.
(2) 기본 도식과 내용
판관기의 기본 도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배신 : 이스라엘이 하느님께 불충합니다; ② 징계 : 하느님은 원수들(특히 불레셋인들)의 침략으로 이스라엘을 벌주십니다; ③ 회개(부르짖음) : 이스라엘이 하느님께 기도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합니다; ④ 구원 : 하느님께서 판관 하나를 일으키주시고 그 판관은 싸워서 승리를 얻습니다.
여호수아의 죽음 직후부터 이스라엘 왕국 건립 이전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는 판관기는 여호수아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가나안을 정복했다는 여호수아기와 달리 가나안 정복이 점차적으로 이뤄졌고, 각 지파들이 개별적으로 혹은 몇몇 지파들이 결속해 부분적으로 정복했거나, 어떤 경우에는 아예 정복에 성공하지 못했던 매우 불완전한 정복이었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① 1,1~2,5(서론) : 남주 가나안 정복. ② 2,6~16,31(본론) : 판관들의 역사. ③ 17~21장(부록) : 단 지파의 이주와 벤야민 지파 징벌. (3) 핵심 신학 사상
판관기가 여러 이야기들로 이뤄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관기의 신학 사상은 뚜렷하며, 이 책의 기본 도식(죄→벌→회개→구원)에서 분명하게 도출됩니다. 신명기계 역사가들의 특징적 도식을 지닌 이 책은 인간이 죄를 지으면 하느님께서 벌하시지만, 회개하면 하느님께서 다시 구원해주신다는 신앙을 이스라엘 백성과 판관들의 역사를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 신앙인들도 매일 같이 죄를 지으며 하느님께 불충할 수 있지만, 하느님의 자비를 청할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신희준 신부(서울대교구장 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