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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임자 만난 날… 평생 주님만을 따르겠어요"

namsarang 2010. 2. 3. 18:15

"오늘은 임자 만난 날… 평생 주님만을 따르겠어요"

 

성 바오로 수녀회 종신서원식

"여러분은 지상의 모든 재물을 포기하고 가난하신 그리스도를 따르며, 물질적 재산을 공유할 뿐 아니라 형제적 사랑과 사도적 생활에서도 같은 정신으로 살기를 원합니까?"(황인국 몬시뇰)

"예, 원합니다."(종신서원자들)

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12명의 '새 식구'를 맞는 종신서원(終身誓願) 감사미사가 열렸다. 1888년 7월 한국에 진출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는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천주교 수녀회로 서울관구에는 현재 530여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종신서원 미사에서 서원자들이 무릎을 꿇고‘성인호칭기도’를 올리고 있다. / 김한수 기자
오후 2시가 되자 12명의 서원자는 순결을 상징하는 흰 장미를 가슴에 달고 촛불을 두 손 모아 들고 성당에 들어와 제일 앞줄에 앉았다. 성당 안은 서원자의 가족을 비롯해 신자 1300여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서원자들이 온 생애를 하느님께 봉헌하기를 청하고 문답을 주고받는 이 순간엔 질문과 대답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날 종신서원을 한 수녀들은 '지원기' '청원기' '수련기' '유기(有期) 서원' 등 모두 9년의 긴 기다림과 기도 끝에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 순간 이후 이들에겐 세상의 즐거움과 재산·명예 같은 것 대신 '정결·청빈·순명(順命)'이 삶의 지표가 된다. 문답에 이어 성인호칭기도 때 서원자들은 제대 앞에 둥글게 모여 꿇어앉아 모든 성인들에게 "저희의 기도를 들으소서"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서원자들의 서명이 담긴 서원문이 관구장 수녀에게 전달됐고 그는 "여러분의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대답함으로써 이들은 정식으로 수녀회 회원이 됐다.

하느님에게 온 생애를 봉헌하는 것이 허락된 데 따른 감격 때문일까, 가족·사회와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정식 수녀회원으로서 첫 영성체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온 수녀들은 간간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미사를 마칠 무렵 황인국 몬시뇰은 수녀들에게 "부모님과 가족들을 모시고 앞으로 나오라"고 말했다. 황 몬시뇰은 "여러분들이 딸을 잘 키워주셔서 지금 이 자리에 섰다"며 "따님들이 수도자로 잘 살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하고 희생해 달라"며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쳤다. 라파엘라 수녀는 "제가 드디어 임자를 만났다"며 "주님께 속함으로써 삶의 기쁨과 의미를 얻었다"고 말했다.
2010년 2월 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종신서원 감사미사에서 서원자들이 무릎 꿇고 성인호칭기도를 올리고 있다.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