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임산자원 활용 숯 생산하던 마을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는 고대산(高臺山·해발 832m). 남북 분단으로 끊긴 경원선의 철도 중단점이 있는 신탄리역(新炭里驛)에서 10분만 걸으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과거에는 전방지역이라 쉽게 발길이 닿지 않았지만 남북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인기를 끄는 산행 명소가 됐다.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게 할 뿐 아니라 정상에서 북한의 철원평야와 6·25 당시 격전지인 백마고지 등 주변을 두루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대산의 이름은 유래가 분명하게 전해지지는 않는다. 연천군지(漣川郡誌)는 "신탄리 지역에서는 이 산을 '큰고래'라고 부르고 있으나, 유래는 자세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고대산 등산로 입구에서는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한다. '큰고래'라는 이름이 인근의 신탄리 지명과 연계된 것으로 풀이한다. '방고래'(온돌방 구들장 밑으로 불길과 연기가 통하여 나가는 고랑)처럼 골이 깊고 높다고 해서 고대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또 '높은 별자리와 같다'는 뜻을 담아 '고태(高台)'라고 표기한 사례도 있다.
- ▲ 남북 분단으로 경원선 종착역이 된 연천군 신서면 신탄리역. 근처 고대산에서 생산된 숯을 전국으로 실어 나르던 이곳에는 요즘 하루 17번 통근열차만이 서울을 향한다../조선일보 DB
특히 고대산은 예부터 산림이 울창했다. 신탄리도 고대산의 풍부한 임산자원을 목재와 숯으로 가공해 생계를 유지했던 마을이었다. 그래서 신탄리 일대를 '새숯막(新炭幕)'으로 불렀고, 조선 영조 당시에 편찬한 '여지도서(輿地圖書)'에도 '신탄(新炭)'으로 표기하고 있다. 특히 경원선이 부설된 뒤로는 숯 가공이 더욱 번창했다고 한다. 그러나 옛날 이곳과 철원 사이에 주막거리가 새로 생겼다고 해서 '새술막(新酒幕)'으로 불렸는데 한자로 옮겨 쓰는 과정에서 '술(酒)'을 '숯(炭)'으로 잘못 표기했다는 얘기도 있다.
신탄리는 지역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이나 경원선 역사 명칭에 남아있지만 현재 이곳의 행정구역은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에 속한다. 신탄리는 과거 철원에 소속돼 있었으며 1914년 행정구역 통합으로 대광리로 편입됐다.
또 38선 이북이어서 북한의 치하에 들어갔고 6·25전쟁 이후에는 수복지구로, 1963년에는 신서면 일대가 철원군에서 연천군으로 편입됐다. 신탄리 지역에서는 1907년 의병 150여명이 일본군과 격전을 벌인 역사도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