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文發里
자유로를 타고 통일전망대를 향해 달리면 오른편에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출판단지)가 나타난다. 단지 앞으로는 한강이, 뒤로는 194m 높이의 심학산이 펼쳐진다.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인 1612년 광해군이 풍수지리가 이의신의 주장을 받아들여 천도(遷都)를 추진한 곳이다.선조들은 550여년 전 이곳에 출판단지가 생길 것을 예측이나 한 듯 '문발(文發)'이란 이름을 지었다. 글이 피어오르는 곳이라는 뜻이다. 1452년 황희 정승이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문종은 친히 황희 정승의 장례가 치러진 탄현면 금승리에 행차해 눈물로 노신하를 보냈다. 문종은 한양으로 돌아가던 길에 황희 정승을 기리는 뜻에서 당시 교하현의 작은 마을에 문발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이후 550여년이 지나도록 주민들은 그 이름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심학산은 오래전부터 한강물의 범람을 막는 산이라는 뜻에서 수막산(水漠山) 등으로 불리다가 조선 후기 심학산(尋鶴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궁궐에서 키우던 학이 도망쳤는데 이곳에서 찾았다는 전설이 있다. 심학은 바로 학을 찾은 곳이란 뜻이다. 심학산 앞에는 지금도 겨울이면 수많은 재두루미가 날아와 진풍경을 연출한다.
- ▲ 자유로를 따라 펼쳐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출판단지와 심학산의 전경./파주시 제공
이윤희(44) 파주시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전문위원은 "심학산은 한강과 임진강, 김포와 황해도 관산반도가 한 눈에 보이는 명당으로 훌륭한 인물이 태어난다는 소문이 많았다"며 "밤중에 몰래 묘를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심학산은 조선 중기 유학자인 조헌과 김장생·김집을 길러낸 송익필 선생이 태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산 정상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일품으로 알려져 있어 연말마다 해넘이 축제가 열린다. 파주시는 지난해 11월 심학산 등산로를 정비해 6.8㎞의 '둘레길'도 만들었다. 정상까지 걸어서 2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 산이지만 한때 심악산(深岳山)으로도 불렸을 만큼 바위가 많다. 특히 산 곳곳에 고인돌이 20여기나 남아 있기도 하다.
출판단지는 2004년 1단계 단지가 준공된 뒤 작년 5월부터는 2단계 부지 조성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문발리 출판단지에 그 이름의 유래와 어울리지 않게 롯데쇼핑이 명품 아웃렛을 짓기로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