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제 남편은 화를 자주 냅니다. 신문이나 방송을 보다가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면 버럭 화를 내 옆에서 보는 제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얼마전엔 제가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했더니 저를 무안할 정도로 야단치면서 자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 제 마음이 아주 불편했습니다.
남편의 이런 성격은 운전을 할때면 거의 극에 달해 앞차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경적을 울리고 쌍소리를 해 같이 타기가 너무 민망할 정도입니다.
이런 성격은 직장에서도 그대로여서 아랫사람들을 몰아붙이고 무시하는 일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부하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상사라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그런 것에 대해 개의치 않습니다. 제 남편은 무슨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요? 마음에 문제가 있다고하면 고칠 수는 있는 것인지요?
A. 남편은 소위 소모형증후군에 해당하는 분 같습니다. 소모형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덫에 스스로 걸려 들고는 거기에서 빠져나가질 못해 애쓰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 증상은 병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인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비정상적 반응을 보여 주위사람들에게서 소외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모형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겐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자기 행동은 늘 정당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심하게 잔소리를 하거나 야단을 칩니다.
둘째, 망상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 생각없이 쳐다보았는데 왜 감정을 갖고 노려보느냐고 시비를 걸어 사람들을 곤욕스럽게 만듭니다.
셋째, 피해의식과 열등감이 많아 다른 사람들이 잘 되는 꼴을 보지못하고 늘 빈정거리거나 흠집을 잡아내려 합니다. 넷째, 다른 사람이 하는 말 꼬투리를 잡고 늘어져 대화를 싸움판으로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다섯째, 자기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대상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켜 스스로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며 살아갑니다.
이런 유형이 바로 소모형증후군을 가진 사람들 특징입니다. 이 분들은 내 탓이요의 의미를 잘 되새기면서 살아야 합니다. 왜냐면 이 분들은 습관적으로 남의 탓을 하고 살아서 자신이 가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치료에서는 모든 사람이 가진 정신적 문제는 그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만 해도 절반은 해결된 것이라고 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되면 그 문제에서 거리를 두는 것이 가능해지고 이렇게 자기감정과 분리가 이뤄지면 다시 똑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멈칫하면서 '아, 내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구나'하면서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주도권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것은 한 번에 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사람 마음 안에는 변화하고픈 마음과 변화하지 않으려는 마음, 그리고 새롭게 살려는 마음과 과거를 반복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깨달은 것을 생활에 적용하는데에는 전진과 후퇴를 번복하는 오랜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분들은 나에게 다가온 안 좋은 일들, 불행들이 외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의해 생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사람에겐 생존하기 위한 강한 욕구가 있어서 나를 행동하게 하는 것은 외부 작용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 즉 자신의 선택입니다.
이 말은, 만약 우리 행동이 외적 요인에 의해 매번 똑같이 결정된다면,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화를 내고 살아간다면, 반복적으로 화를 내는것 말고는 다른 행동을 취할 여지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런 나는 머릿 속이 빈 기계이지 사람이 아니란 것입니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것은 자기 감정을 통제할 수 있고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 사소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살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말하기를 현대인은 속도중독증에 걸렸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자기욕구를 충족하려는 템포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욕구 충족을 지연시키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데 이런 삶이 계속되다보면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자제력은 점점 더 잃어가게 됩니다. 소모형증후군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인데 왜 이렇게 현대인들이 이런 증상에 걸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일까요.
이유는 자기 존재 의미가 불확실할 때, 자기 인생 목표가 없을 때 사람들은 마음이 불안해지고 그 불안함이 사람들로 하여금 무작정 달리게 만들고 미래 보다는 현재가 주는 쾌락에 병적으로 매달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아침ㆍ저녁기도를 하라고 권하는 것은 바로 이런 속도중독증 소모형증후군을 치유하는 심리적 처방으로 기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좋지 않은 반응이 나타날 때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주님께 기도하면서 마음과 몸의 휴식을 취한다면 서서히 소모형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