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이 드신 분 중에 어떤 분은 젊은 사람들에게서 어르신이란 말을 들으며 존경받는 분이 있는가 하면, 노인네니 늙은이니 하는 조소를 당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나이를 먹으면 어떤 소리를 들을까'하는 걱정이 드는데 나이 먹으면서 사람들에게서 "괜찮은 어른"이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A. 아직 젊으신 분인 것 같은데 생각이 깊은 분인가 봅니다.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형제님 문제는 미리 걱정을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다 보면 지금의 삶이 너무 조심스러워져서 활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평가에 너무 연연해 하는 것 역시 그리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나이 먹은 나에게 다른 사람들이 어떤 평가를 할 것인가에 마음을 두지 마시고 지금 나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자기훈련을 한다면 내적 성장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정신적으로 성숙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자기한계와 다른 사람의 한계를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한계를 알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경험을 해야 합니다. 물론 내 입맛대로만 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모순과 부딪치고 세상 사람들이 가진 불합리한 면 때문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또 나의 불합리한 면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통해 자기한계와 다른 사람의 한계를 알게 됩니다. 이처럼 사람의 한계를 알고 나면 사람들에게 관대해지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시작하게 됩니다. 이것을 영성심리에서는 진정한 겸손, 진정한 나이먹음이라고 말합니다. 요한복음 8장 1~11절에 간음한 여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간음한 여인 주위를 사람들이 둘러싸고는 돌로 쳐죽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주님께서 하신 말씀은 "너희 가운에 죄 없는 자 먼저 저 여인을 돌로 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나이 든 사람부터 돌을 내려놓았다고 성경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이든 사람이란 육체적 연령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연령을 말하는데,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없음을, 그래서 자기한계가 무엇인지를 깨달은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형제님이 내적으로 성숙해지려면 많은 경험을 하고 여러 가지 일에 부딪히면서 자기한계를 아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자연을 가까이하는 삶을 사셔야 합니다. 영성심리에서는 사람이 환경에 아주 예민하다고 얘기합니다. 특히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아주 지대합니다. 식물과 범죄율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한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녹지가 포함된 주거지역이 콘크리트 건물로 이뤄진 주거지역보다 범죄율이 아주 적었다고 합니다. 식물이 반사회적 행동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기를 시골사람들은 인심이 좋은데 도시 사람들은 돈이 많은데도 이기적이고 잔정이 없다는 말들을 합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자연환경이란 얘기입니다. 도시사람들은 돈은 있지만 온종일 콘크리트만 보면서 살다보니 마음이 척박해지는 것이고 시골사람들은 비록 돈은 없지만 늘 산과 들을 보면서 살기 때문에 인심이 좋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봉쇄수도원을 들 수 있습니다. 봉쇄수도원을 방문한 분들은 두 번 놀란다고 합니다. 어찌 저렇게 갇혀서 평생 살 수가 있을까 하고 놀라고, 그렇게 사는 수도자들 모습이 훤하고 아기얼굴같이 선해보여서 또 놀란다고 합니다. 봉쇄수도자들이 그처럼 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자연환경 때문입니다. 평생을 한 군데서 살아야 하기에 봉쇄수도원은 반드시 자연환경 조건이 잘 갖춰진 곳에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대로 짓기 때문입니다.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산을 무척 좋아하셨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아는 일이고, 법정스님처럼 큰스님들은 거의 산중 생활을 하셨다는 것을 보면 자연환경이 사람의 내적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가히 짐작이 갈 것입니다. 그럼 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이 자연환경 안에서 여유로워지고 성장할까요? 진화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나무는 먹을거리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원시시대 이후 울창한 삼림은 먹을 것이 많음을 알려주는 것이었기에 나무를 보기만 해도 무의식적으로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산에 오르시어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주님의 삶을 본받아 수도원들은 거의 다 산중에 지어집니다. 형제님께서도 영성적 성장을 바라신다면 자주 산에 올라 하느님과 대화하고 나무들과 대화하는 시간 많이 가지시길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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