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보증 기법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몇년새 134건 전수
이달초 베트남 수도 하노이 중심가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응옥 호아(Ngoc Hoa) 공장지대. 응오 반 프엉(Phuong·34)씨는 이곳에서 직원 180명을 데리고 산업용 포장지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공장 안에서 60여명 근로자들이 구슬 땀을 흘리며 기계에 원사를 넣어 직물을 짜고 있다. 이 공장은 지금은 잘 돌아가고 있지만 한때 위기에 빠졌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쳐 갑자기 자금난에 빠진 것이다. 그 때 프엉씨 회사가 기사회생(起死回生)하는 데 도움을 준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한국의 기업 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신보)의 정책 지원으로 설립된 베트남개발은행(VDB)이 100억 베트남동(VND·약 5억9400만원)의 자금을 긴급 지원해준 것이다. 이전까지 베트남은 기업 중에서 옥석(玉石)을 가려내는 보증 기술이 미약했다. 은행들이 담보 없이는 기업에 대출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베트남 정부는 한국의 신보로부터 보증 노하우를 배웠다. 만일 한국으로부터 보증 기법을 전수받지 못했더라면 프엉씨 회사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프엉씨는 "한국이 가르쳐준 보증 기법 때문에 회사가 망하지 않았다"면서 "이제 회사를 한국의 '삼성' 'LG'처럼 베트남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키워내고 싶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전 세계 개도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 2007년 이후 총 15개국에게 134개 부문에서 경제개발 및 금융위기 극복 노하우를 전수해 줬다.
전후(戰後) 반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면서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제공국으로 격상된 한국이 이제 동남아·아프리카·중동 국가들에 경제발전·경제위기극복 노하우까지 원조하고 있다.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이태희 정책자문실장은 "물적 원조 방식과 비교하면 한국이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며 "문화적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한류(韓流) 열풍과 더불어 '소프트 파워' 한국의 위상을 높일 21세기형 원조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마산 수출자유지역 같은 개발모델을 통째로 옮겨다 적용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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