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남편과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 남편은 결혼한 이래 지금까지 술을 끊지 못하고 있고 아이는 자기 아버지를 닮아서 성격이 아주 낙천적이라 공부에는 신경을 안 쓰고 동네 아이들과 놀기에만 바쁩니다.
거기다 자기 아버지와 죽이 맞아서 둘이서 제 신경을 건드릴 때가 잦아 저는 아주 성격이 안 좋은 사람이 돼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남편과 아이를 달라지게 해 제가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을까요? A. 미국 심리학자 라잘러스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짜증이 자꾸 쌓이면 심한 스트레스가 돼 건강을 해치기 쉽다"고 했습니다. 한방에서는 스트레스가 어혈(瘀血)현상을 만들기도 한다고 경고합니다. 이렇게 사람에게 안 좋은 스트레스가 왜 자꾸만 생기는 것일까요? 많은 분들은 스트레스를 다른 사람이 나에게 주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성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스트레스는 집착에서 온다고 합니다. 즉, 세상 일이나 세상 사람들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온다는 것이지요. 심리치료에서도 스트레스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매님이 가진 스트레스는 바로 집착에서 온 것입니다. 가족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집착이지요. 가족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자신의 길을 가는 독립적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자매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는 도구적 존재로 생각하는 한 자매님 마음의 편안함은 없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자매님은 가족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변화는 이해를 받았을 때부터 오는데, 자매님처럼 비난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몰아붙이는 행위는 변화가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더 멀어지는 결과를 낳고 나중엔 대화마저 단절되는 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따라서 자매님이 지금 당장 할 일은 남편과 아이의 문제 해결을 찾을 일이 아니라 왜 자신이 변하지 않는 일에 그렇게 집요하게 매달리는지부터 해결하셔야 합니다. 남편과 자식은 가족이니까 자매님을 받아들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Q2. 저는 매사가 우울하고 비관적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보고 긍정적 사고방식을 갖고 살라고 충고를 해서 그렇게 살려고 노력을 하는데 왜 그런지 머리가 무겁고 마음도 영 편치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요?
A. 형제님 문제는 자신의 처지, 자신의 마음 건강의 정도를 점검하지 않고 무조건 긍정적 사고방식을 스스로 강요한 탓에 생긴 것입니다. 심리치료에서 사람은 마음 안에 아주 작더라도 밝은 부분이 있으면 건강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긍정적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인데, 문제는 긍정적 사고는 받아들이는 자신이 어느 정도 마음이 건강해야만 효과가 있지 병약한 상태에서 긍정적 사고를 하는 것은 자칫 마음의 병을 도지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을 채찍질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자기감정과 욕구를 무시한 채 억지로 긍정적 사고를 하게 되면 역으로 몸과 마음에 무리가 온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사람이 '하면 된다'는 긍정적 생각으로 등반하면 무리 없이 등반을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도움이 되지요. 그러나 환자가 '하면 된다'고 하면서 등반한다면 도움은커녕 병이 크게 도져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따라서 긍정적 생각을 하기 전에 자신이 정말 마음이 내켜서 하는 것인지 자신에게 무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여부를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적으로 이롭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시원하게 무시하는 것은 언뜻 부정적 사고로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가기도 한다는 것을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한 말씀 더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싫은 일은 즐기라고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최강의 긍정입니다) 그런 사람들 말을 절대 따르지 말라는 충고를 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싫은 일을 즐기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싫은 사람과 식사하는 것을 즐길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가 없지요. 식사는 해야 하고 즐겁지는 않고 그런 때에는 빨리 식사를 마치고 떠나는 것이 상수인 것처럼 인생살이에서 만나는 싫은 일들도 빨리해치우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미루면 미룰수록 그 스트레스가 쌓여 다른 일도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싫은 일을 빨리 해결하고 나면 일종의 승리감을 맛볼 수 있고, 그런 감정이 나에게 긍정적 마음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