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랫동안 백수 생활을 하다가 취업을 했는데 주위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동안 많이 놀았으니 이제는 쉬지 말고 일을 하라고 하십니다. 저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쉬는 날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웬일인지 자꾸만 짜증이 나고 몸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실업자 생활을 오래한 버릇이 들어서 그렇다고, 그럴수록 더욱 열심히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몸이 영 따라주질 않습니다.
A. 오랫동안 백수생활을 하다가 일을 하려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이 몸에 배지 않아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러나 형제님의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람은 그렇게 살 수 없는 존재인데, 형제님은 지금 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2장 1-3절 사이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엿샛날까지 하시던 일을 다 마치시고 이렛날에는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냥 쉬신 것이 아니라 "그날을 거룩한 날로 정하셔서 복을 주셨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왜 쉬는 날을 거룩하게 하시고 복까지 주신 것일까요? 사람이 6일을 일했으면 7일째는 반드시 쉬어야 한다는 것을 못박으시기 위해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사람은 엿새를 일했으면 이레째는 반드시 쉬어야 하는 심리적ㆍ육체적 조건을 가진 존재입니다. 우선 육체적인 면에서 볼 때 사람의 육신은 마치 기계처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없는 특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쉬지 않고 지나치게 일을 하거나 절제하면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반대로 병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의 신체에는 자동경보장치가 있다고 합니다. 이것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건강해지기 위해 식이요법을 사용하거나 혹은 여러 가지 운동과 요가, 명상 등의 방법들을 훈련합니다. 이런 방법들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좋은 도구들인데, 문제는 이렇게 절제하는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쉬지 않고 사용하면 그것들이 흉기로 변해 나를 공격한다는 것입니다. 즉, 내 안의 자동경보장치가 경계신호를 울려서 연소해가던 지방분을 더는 소모하지 않도록 몸 안에 잡아두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매일같이 쉬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살은 빠지는데 건강은 점점 안 좋아지는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사회현상에서도 나타납니다. 만약 정부가 연일 신문지상을 통해 나라 살림이 어렵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다, 국민의 협조를 바란다는 식의 말을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기겠습니까? 우선 사재기 현상이 나타납니다. 결국은 나라 살림이 파산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는데, 몸도 마찬가지란 것입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자기 마음대로 먹고 마시는 시간, 다시 말해 일주일에 한 번은 빈둥거리는 안식일을 가진다면 이런 불안감이 올라와도 몸이 무너지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형제님은 쉬지 않고 일을 함으로써 몸의 경보체제가 발동하는 바람에 몸이 힘들어진 것입니다. 몸이 힘들어진 것은 몸을 쉬게 하라는 신호이니 일주일에 한 번은 푹 쉬어야 합니다. 심리적 관점에서도 안식일은 중요합니다. 안식일이란 다른 사람에 의해 살아가던 나의 인생을 단 하루라도 내 생각대로 만들어가는 날이란 점에서 중요합니다. 만약 1년 365일 다른 사람이 내 인생을 다 만들어준다면 자신은 꼭두각시가 되고 말 것입니다. 나의 주체성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삶을 선택할 줄 아는 능력을 상실한 폐인이 돼버리고 말 것입니다. 자기 부인을 무척 애지중지하던 남편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죽은 남편 관을 보면서 자매님이 화를 내더랍니다. "내가 할 일을 자기가 다 해줘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나보고 혼자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 살아있을 때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게 가르쳐 줬어야지!"하면서 무능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더랍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안식일이란 '자신의 삶을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을 해보는 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루 동안 자유의 날을 보내면서 스스로 자유의 한계를 어디까지 실천할 것인지, 자신의 몸을 위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쉴 것인지를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능력을 키우는 날이 안식일의 심리적 요소입니다. 이처럼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아주 푹 쉬는 시간, 소위 빈둥거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인생이란 장거리 마라톤을 끝까지 해나가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일주일 내내 빈둥거리면 백수라고 합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 빈둥거리는 날을 사는 것은 건강한 삶을 위한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하지요. 형제님도 자신의 몸과 마음의 한계를 이해하시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자신을 위한 안식일을 갖길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