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홀로 폐결핵 앓고 힘겹게 사는 문해선씨

namsarang 2010. 5. 4. 22:18

홀로 폐결핵 앓고 힘겹게 사는 문해선씨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으면..."

▲ 대구대교구 기계본당 사회복지위원장 장정희씨가 홀로 어렵게 사는 문해선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꿈많은 청년이었지만 아버지 폐질환으로 세상 뜬 후
홀로 폐수술 받고, 기댈 가족 없어 포항에서 요양 중
기계본당 고마워 다문화 가정 자녀들 무료 봉사 계획


    나무판자로 얼기설기 짠 재래식 화장실. 창호지가 발린 흔들거리는 장지문. 아궁이에 걸린 버려진 쇠솥….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리에 폐허에 가까운 작은 시골집에 문해선(마틸다, 35)씨가 이사를 왔다. 함께 동행한 대구대교구 기계본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집을 돌아보며 고개를 내젓는다. 수도꼭지를 돌려보니 물이 안나온다. "아이고… 집 수리를 안하고 어찌 살겠노?"

 "큰 양동이에 판자를 붙여서 화장실을 만들려구요. 톳밥으로 덮어 놨다가 거름하면 돼요…."

 문씨는 미소 띤 얼굴이지만 몸에 힘이 없다. 그는 2년 전 마산의 한 병원에서 폐 절반을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았다. 3년 동안 약을 먹었지만 호전되지 않아 수술을 택했다. 그러나 그는 몸 보다도 마음이 더 아팠다. 그의 곁엔 "용기를 내라"며 손을 잡아줄 가족이 없기 때문. 아버지도 폐질환으로 입원해 있었고 어머니는 10년 전 집을 떠나 새 가정을 차린 후였다.

 아버지는 문씨를 남겨 놓고 눈을 감았다. 홀로 남은 문씨는 보험금으로 수술비를 해결했지만, 거처가 문제였다. 그는 다행히 지인의 도움으로 포항의 시골마을로 짐을 옮겼다. 하루에 버스가 2대 다닐 정도로 한적한 곳이었다. 성당을 가려면 새벽에 일어나 첫차를 타고 나가야 했다. 추운 겨울엔 하수도가 자주 얼어 붙었다.

 그는 폐결핵을 앓기 전만 해도 꿈많은 청년이었다. 2002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갈 때만 해도 꿈에 부풀었다. 어머니가 등을 돌렸지만 그 슬픔을 잘 이겨냈다. 부모의 도움 없이 아르바이트로 비행기 값을 마련했고 2년 동안 영국에서 일을 하며 영어를 배웠다.

 그는 본격적으로 작곡을 공부하고 싶어 서울로 돌아와 고시원을 얻었다. 낮에는 음악학원을 다니고 밤에는 또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나 그는 끼니를 잘 챙기지 못했고, 몸이 피로해져 오면서 폐결핵에 걸렸다.

 포항까지 요양을 오게 된 그는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런데 어느날 기계본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가정 방문을 온 것. 그는 단원들 도움으로 성당에 나가면서 삶의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오래 걷지 못할 만큼 허약해 아직 일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최근 본당 신자가 빈 집을 싸게 내놓아 이사를 했다. 성당과 거리가 가까워졌지만 집은 수리하지 않고는 살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 하수도 시설을 비롯해 전기 시설까지 모두 손을 봐야 한다. 가족이라곤 2살 터울의 오빠가 한명 있지만 그도 고물상으로 생계를 잇고 있어 손을 내밀 수가 없다. 남은 보험금으로 생활비를 쪼개 쓰고 있지만 집 수리비만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하다.
 그럼에도 문씨는 가족같은 본당 신자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줄 계획이다.

 기계본당 김호균 주임신부는 "몸이 힘든데도 봉사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면서 "자수성가 하려다 건강이 악화돼 어렵게 됐다"고 독자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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