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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화(사진 왼쪽)씨와 막내 아들 영욱이를 방문한 상계동본당 아가페 회원들이 근황을 묻고 있다. |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인근 산기슭. 정부 소유지인 이곳은 무허가 건물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다. 그 중에 유독 낡은 집이 장경화(이사벨라, 41)씨와 남편 김순호(46)씨, 그리고 네 아들의 보금자리다.
남편 김씨가 막노동을 나가고 집에는 부인 김씨와 막내아들 영욱(7)이가 남아있다. 아침상에 반찬이라고는 달걀 부침 뿐이지만 영욱이가 맛있게 밥을 먹는다.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이를 많이 낳았기 때문이라고 원망하던 김씨는 막상 눈앞에 있는 막내 아들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갓 스무 살을 넘겨 결혼한 장씨 부부. 가진 건 없었지만 젊었기에,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형편이 어려웠지만 신앙이 있기에 아이들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아들 넷을 낳았다.
가진 것 없는 이가 아이 넷을 키운다는 것은 욕심이었을까? 막노동과 식당일을 가리지 않고 밤낮으로 일했다. 작은 사업이라도 하려고 빚도 내봤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렇게 몰리고 몰려 상계동 무허가 건물에 들어 온 지 7년. 남은 건 3000만 원이 넘는 빚과 각종 차압 고지서뿐이다.
장씨는 몇 년 전부터 앓아온 허리 통증이 심해져 식당일마저 손을 놓은 상황이라 집안 형편은 말이 아니다. 치료가 시급하지만, 병원을 찾는 건 꿈같은 얘기다. 얼마 전 남편은 공사장에서 다리를 다쳤지만 산 입에 거미줄 칠 수 없어 다리를 절며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낡은 집은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비가 새고, 여섯 식구가 발도 제대로 뻗지 못하고 잠을 자야 하지만 이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보금자리다. 그런데 이 집과 인근 집들이 올해 정부의 공원화 계획으로 헐릴 예정이어서 여섯 가족은 거리로 쫓겨날 처지에 있다. 막막하게 살아온 20여 년의 세월 때문일까, 답답한 사정을 말하는 장씨 표정엔 변화가 없다.
그래도 급식비를 못내 학교에서 한 소리 듣고 온 아이들 푸념을 들을 때면 장씨는 죄인일 수밖에 없다. 학원은커녕 먹는 것조차 제대로 해줄 수 없는 부모 마음은 자식 앞에서 다시 약해진다.
심각해지는 저출산에 각종 출산 장려 정책이 경쟁하듯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그러나 네 아들이나 둔 정씨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막내 아들 유치원비 보조가 전부다. 그나마 10만 원이 조금 넘는 자부담을 감당 못해 막내는 엄마와 같이 지내야 한다.
"아이를 너무 많이 낳아서 이렇게 사는 것인지 원망스럽다"고 말한 게 계속 마음에 쓰였는지 정씨는 막내아들의 얼굴을 다시 한번 쓰다 듬는다.
서울 상계동본당 봉사단체 아가페 회원 안금순씨는 "부부가 몸도 성치 않은데 정성으로 자녀들을 돌보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며 평화신문 독자들 도움을 호소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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