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장애 아이들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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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울타리 공동체 홍나경씨가 힘든 몸으로 갑상선암을 앓고 있는 한갑봉씨에게 밥을 떠먹이고 있다. |
장애인 9명 자식처럼 돌보며 힘겨워도 밝게 살아온 부부 부인 홍씨 다발성 골수증 진단, 투병에 치료비 등 막막
"누구 허락받고 공사를 합니까? 여기 병신들 들어오면 물 오염되는데 왜 하필 여기로 왔습니까? 돈 벌려면 딴 곳으로 가소!"
1998년 여름 경주시 산내면. 석두산 중턱에서 한창 굴착기로 공사를 하던 이정훈(요한, 55)씨가 시동을 껐다. 지적장애인들과 어울려 있던 그의 아내 홍나경(로사리아, 52)씨가 동네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말했다.
"할아버지, 자식처럼 생각하고 좀 봐주이소. 제 꼴을 보십시오. 평생 화장도 안하고 좋은 옷도 안 입어보고 살았심니더. 제가 돈을 벌려고 이 모습으로 살겠습니까?"
할아버지는 9명의 장애인들을 자식처럼 품에 안고 살아온 부부의 사정에 눈물을 글썽이다 결국 자리를 떠났다.
장애인들 보금자리인 '한울타리 공동체'는 부부가 15년간 사랑을 쏟아 부은 장애인 시설. 그러나 장애인들에겐 시설이라기 보다 가정에 가깝다. 대학생 시절부터 소외된 장애인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시설에서 퇴소한 후 갈 곳이 없는 장애인들을 한두 명씩 데려와 함께 살았다. 함께 먹고 자고 웃으며 대소변을 받아내는 등 친자식처럼 정성껏 돌봤다.
이들이 농촌생활을 시작한 건 1995년. 당시 대구 도심에서 살던 이들은 장애인들이 답답해하는 것을 보고 경주 안강으로 옮겼다. 부부는 장애인들과 함께 소와 염소를 키우며 농사를 짓고 산나물과 버섯 등을 직접 길러 먹었다.
그러나 이들 존재가 알려지면서 동네 주민들 반대로 지금의 석두산 중턱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이들은 키우던 소를 팔아, 폐차 직전의 굴착기과 덤프트럭을 사와 직접 집을 지었다. 이들 하루는 늘 시끄럽고 어수선했지만 늘 웃음이 머물렀다.
그러나 1년 전 한울타리 공동체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지적장애 2급인 한갑봉(39)씨가 갑상선암에 걸린 것. 갑상선암이 척추까지 전이돼 지난 여름 척추 일부를 적출하는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활달했던 그는 하루종일 누워 지내는 신세가 됐다. 혼자 화장실을 가기도 어려워 간병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병상에 누운 한씨를 돌보던 홍나경씨마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발성 골수증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홍씨는 '올 것이 왔구나…'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길어야 2~3년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시한부 삶을 선고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홍씨는 눈 앞에 닥친 병마 앞에서 가족들을 걱정하며 "내가 해왔던 일 누군가가 해줘야 하는데…" 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빚은 늘어만 가고 자가 이식 수술 등 치료비만 2000만 원이 넘어 눈 앞이 캄캄하다. 장애인들과 아내를 돌보느라 더 바빠진 남편 이씨는 짬을 내 수화 강의를 가거나 배추 배달 등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왔다.
이지혜 기자 /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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