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역경 딛고 일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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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힘내자!" 이은자씨가 폐이식 수술을 받은 11일, 남편 박종두(오른쪽)씨가 아들 시원씨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 이은자(클라라, 53, 서울 신당동본당)씨는 1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폐이식 수술을 받았다. 12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남편 박종두(54)씨와 아들 시원(23)씨는 수술장 밖에서 두 손을 모으고 꼬박 밤을 샜다. 부자(父子)는 이씨가 부디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충혈된 눈을 하고 나타난 시원씨는 현재 군복무 중이다. 부대에 어렵사리 사정을 이야기해 휴가를 받아 어머니의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어머니가 면회 오시기로 하셨었는데…. 부디 무사히 수술 받고 나오셔서 다시 제 손을 잡고 '우리 아들 장하다'라고 말씀해주시면 좋겠어요." 가족 모두 이씨가 이렇게 위험한 큰 수술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얼굴과 등 쪽에 원인 모를 상처를 갖게 된 이씨는 고통을 호소하며 동네 병원을 찾았다. 동네 병원에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대학병원에서 이씨는 피부근염과 간질성폐질환을 선고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남편 박씨는 "평소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이런 큰 병에 걸린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희귀병인 피부근염은 어느날 갑자기 근육에 힘이 없어지고, 몸 이곳저곳이 붉어지는 증세로 찾아온다. 일찍 발견해 치료에 들어가면 예후가 좋지만 시기를 놓치면 생명까지 위협받는 무서운 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간질성폐질환까지 앓게 된 이씨는 인공호흡기와 체외막산소화장치(ECMO)에 의지해 숨을 쉬며 중환자실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그러던 중 다행히 뇌사자의 폐를 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 남편 박씨는 "이게 다 못난 남편 만나 일만 하고 고생만 한 탓인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보였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된 사업실패로 4000여만 원의 빚을 지고 신용불량상태가 된 박씨는 현재 마땅한 수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여동생이 운영하던 폐백용 한과 납품점을 근근히 운영해오고 있지만 거의 벌이가 없는 상태다. 게다가 10년 전 부터 당뇨를 앓고 있어 힘든 상황이다. 박씨의 어머니가 주는 30만 원 가량의 지원이 수입의 전부다. 이런 집안 사정으로 시원씨는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일찍이 아르바이트에 뛰어 들었다. 이씨가 받은 폐이식 수술은 위험도 만큼이나 비용도 만만치 않다. 남편 박씨는 6000만 원에 이르는 수술비와 입원비, 에크모 교체비용(300만 원)을 고려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서울대병원 의료사회복지팀 장보람 사회복지사는 "이은자씨는 앞으로도 장기적 치료와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위하며 희망을 꿈꾸는 이들 가정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많은 독자들이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