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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 몸도 마음도 너무 추워요
의료사고로 마비, 자녀 모두 왜조증 장애 가져
정부 지원금만으론 생활 병원비 등 감당 힘들어
▲ 서울 한강본당 빈첸시오회 김인순씨가 20년째 누워 지내는 윤영분 할머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올겨울은 왜 그리 추워- 얼어 죽는줄 알았네..."
전신마비로 20년째 누워 지내는 윤영분(70) 할머니는 올겨울이 유난히 추바고 했다. 눈이 많이 내리고 추운 날이 많았던 날씨가 어렵게 사는 할머니 몸과 마음을 더 얼어붙게 해썬 모양이다.
윤 할머니는 주변 곳곳에 재개발이 한창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의 한 낡은 집 귀퉁이에 산다.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야 할머니 집이다.
집이라고 해봐야 다섯 평 남짓, 누렇게 바랜 벽지는 묵은 때로 얼룩져있다. 천장도 낮아 웬만한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한다. 걸어서 불과 3분 거리에 웅장한 용산역과 신용산역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할머니가 20년간 누워 지냈던 이유는 다리가 아파 가단한 수술을 밪고자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가 다른 증세가 발견돼 목 부분을 수술하다 발생한 의료사고 때문이다. 제 발로 병원에 들어갔던 사람이 전신마비가 돼 퇴원했다.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까도 했지만, 생활비도 없는 처지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변호사 구할 돈이 어딨어, 그냥 이러고 살았지 우리 처지에..., 내가 이렇게 누워지내니까 영감도 떠나버렸어." 할머니 눈가에 서러움과 통한의 눈물이 글썽거린다.
이런 와중에도 할머니는 아픈 자신보다 자식 걱정이 앞선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삼남매도 장애인이다. 49살, 46살 된 두 아들과 42살 된 딸은 모두 왜소증(성장 장애)을 갖고 태어났다. 두 아들은 키다 1m가량이고 거동마저 불편해 휠체어가 없으면 움직일 수도 없다.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딸이 집안 살림을 도맡고 있다. 가족들 끼니 챙기랴, 병원에 데려가랴, 어머니 용변 받아내랴 오랜 병구완에 지칠 법도 한데 지극정성은 그칠 줄 모른다.
할머니는 요즘 추운 날씨에 건강이 더 나빠졌다. 꼼짝달싹하지 못하다보니 상체는 붓고, 다리는 젓가락처럼 가느러졌다. 어지럼증도 생겨 보건소에서 주는 빈혈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할머니와 가족들은 1인당 16만원 가량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한다. 전부터 서울대교구 한강 본당 빈첸시오회(회장 서영철)가 약간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여의치가 않다. 2008년엔 설상가상으로 할머니가 담석증 수술을 받는 바람에 생긴 350여만 원 병원비를 아직도 내지 못했다.
서영철(아우구스티노) 회장은 "할머니와 가족들이 좀 더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평화신문 독자분들께서 관심을 가져 달라"며 사순시기를 맞아 주변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온정을 베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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