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임파선암 재발로 투병중인 이주 노동자 낙누안씨

namsarang 2010. 1. 24. 11:46

임파선암 재발로 투병중인 이주 노동자 낙누안씨


    "친정 엄마와 아이들 얼굴 어른거려"
▲ 임파선암으로 투병 중인 태국 이주노동자 낙누안 아사야씨가 부산 금곡본당 빈첸시오회 박태현 부회장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 [전상해 명예기자 jsh@pbc.co.kr]


  "모든 것을 주님께 맡깁니다. 병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동생 가족에게 미안하고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예수님, 도와주세요."

 태국 이주노동자 낙누안 아사야(로사, 39)씨가 병상에서 써내려간 일기의 일부다. 또박또박 한글로 써내려간 일기에는 그동안 낙누안씨가 겪은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996년 말 발병했던 임파선암이 최근 재발해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낙누안씨는 그간의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 말을 잇기도 힘들 정도로 기력이 무척 쇠한 상태였다.

 "한국에 오면 모든 게 잘 될 줄 알았는데…."

 낙누안씨가 부푼 꿈을 안고 한국 땅을 밟은 것은 1995년의 일이다. 자신보다 몇 년 앞서 한국으로 떠나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동생 폰찬옥씨의 초청으로 한국행을 결심했다. 대다수 이주노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낙누안씨 또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했다.

 "한국에서 열심히 2년 동안 일하면 돈을 많이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프신 엄마 약값도 벌고, 두 아이 교육비도 마련하고…."

 낙누안씨는 부산의 한 여관에서 하루 2~3시간씩 새우잠을 자며 일을 했다. 객실 이부자리 정리부터 빨래, 청소, 요리, 잔심부름까지 여관의 힘든 일은 모두 낙누안씨 몫이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끼니로 거의 라면만 주셨어요. 김치는 운이 좋으면 가끔 나왔어요. 밥이 먹고 싶어 밥을 달라고 하면 혼나기 일쑤였어요. 주린 배를 움켜쥐고 참고 또 참았어요."

 낙누안씨는 이처럼 힘든 생활을 1년 6개월 간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갔다. 낙누안씨는 쉴새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었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오로지 가족들 생각으로 이 악물고 버텼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어느날 심하게 열이 나고 온몸에 통증이 느껴져 동생 폰차옥씨에게 연락, 어렵게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병원에서는 낙누안씨에게 임파선암을 선고했다.

 다행히 병원 측에서도 그의 딱한 사정을 알고 병원비를 감면해줬다. 하지만 치료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병원에서도 더 이상의 지원은 힘들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게다가 낙누안씨는 불법 체류자이기에 의료보호 혜택은 꿈도 꿀 수 없는 형편.

 낙누안씨의 사연을 들은 부산교구 금곡본당 빈첸시오회에서 도움을 주고 있지만 앞으로 받아야 할 항암치료 비용 등을 생각하면 도움이 절실하다.

 금곡본당 빈첸시오회 박태현(알렉산더) 부회장은 "타지에서 홀로 병마와 싸우고 있는 낙누안씨에게 사랑의 온기를 보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독자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낙누안씨가 쓴 일기 맨 끝머리에는 그가 꿈꾸는 소망이 써있었다.

 "어서 빨리 나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건강해져서 우리 아이들 얼굴도 보고 친정 엄마 얼굴도 보고 싶어요."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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