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중복 장애 아들 돌보며 생활하는 이계순씨

namsarang 2010. 1. 10. 14:41

중복 장애 아들 돌보며 생활하는 이계순씨


"따뜻한 세상 보여 주고 싶어요"
▲ "우리 건우 세상에서 제일 이쁘지!" 웃는 모자의 모습이 세상 무엇보다 평화롭게 보인다.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잠든 사랑스러운 아들을 깨우려 엄마가 이름을 부른다.
 "건우야~ 우리 예쁜 아들 고건우."

 엄마 이계순(51)씨의 쾌활한 듯한 목소리에 건우가 해맑은 미소를 짓지만,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서울 양천구 낡은 연립주택. 이곳은 이씨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아들 건우의 보금자리다. 14살 건우는 생후 4개월 때 앓은 열병으로 뇌병변 1급, 시각장애 1급의 장애아가 됐다.

 다른 친구들은 사춘기에 접어들어 부모에게 반항도 할 나이지만 건우 정신연령은 생후 2개월 수준에서 멈췄다. 덩치는 제 또래만큼 커졌지만 아기처럼 제 손을 빨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앞을 볼 수도 없다. 그런 건우에게 엄마 목소리는 세상 전부나 다름없다.

 온종일 건우 옆에서 밥을 먹여주고 운동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살아온 지난 14년의 세월. 조금도 차도가 없는 아들을 보며 절망할 법도 하지만 이씨는 결코 웃음을 잃지 않는다. 건우에게 엄마밖에 없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결코 쓰러질 수 없다.

 하지만 생계라는 현실이 끊임없이 목을 졸라온다. 건설노동자였던 건우 아빠는 밀린 임금을 받으러 나간 뒤 7년째 소식이 없다. 이씨는 건우를 돌보며 생활해야 하기에 전세금을 줄여가며 점점 작은 집으로 옮겼다.

 불행은 겹쳐서 오는 걸까. 이씨는 지난해 10월 안구암 판정을 받았다. 지속적 치료와 안정을 취하지 못하면 시력을 잃고 암이 전이돼 목숨마저 위험한 상황이지만 요양은 꿈같은 얘기다. 덩치가 커져 혼자 들기 버거워진 건우를 하루에도 몇 번을 옮겨가며 돌보는 일이 이씨 몫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이 재개발 지역이라 지금 사는 전셋집도 곧 비워야 할 형편이다. 전세금을 줄인 돈으로 힘겹게 생계를 꾸려 왔기에 이제는 이사 갈 집을 구하기도 여의치 않다.

 "이렇게 살다 나중에 건우랑 시설에 함께 들어가야죠."

 이씨의 얼굴이 잠시 어두워진다. 그래도 이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해 아들이 괴로움을 겪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건우와 함께하는 삶이 하늘이 준 선물이라 굳게 믿는다고 했다.

 선잠을 자던 건우가 살짝 눈을 떴다. 이씨가 밝은 목소리로 아들 이름을 부른다. 엄마 목소리에 푹 꺾인 목을 힘겹게 들며 웃는 건우 모습에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듯 기뻐하는 이씨. 웃는 모자의 모습이 슬프도록 아름답게 보인다.

 이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박춘선 수녀) 측은 "중복장애 아들을 돌보며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밝게 사는 가정"이라며 "엄마가 건강을 되찾고 모자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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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