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알고부터 행복이 시작됐지요. 평화신문 독자분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 너무 행복해서 감사 기도가 절로 나와요. 허허~"
그가 활짝 웃었다. 평화신문 제1012호(3월 29일 자)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사연의 주인공 신덕선(예비신자, 73, 서울 삼성동본당)씨는 9개월 전 첫 만남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오랜 투병생활에 찌든 얼굴, 어딘가 차갑게 보이던 찌푸린 인상이 아니었다. 그의 너털웃음이 낯설면서 반갑기 그지없다.
'사랑이…'에 소개될 때만 해도 그는 9년간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 투석을 받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암까지 걸려 삶의 희망이라곤 찾을 수 없는 절망의 상황이었다.
요즘 그는 성탄절에 '요엘'이라는 세례명으로 하느님 자녀가 될 예비신자로 변해 있었다. 평화신문 독자들이 전한 사랑이 그에게 병마와 싸울 용기를 줬고, 삶의 의지를 선물했다.
"어렵게 사는 형편에 돈이 많이 드는 각종 검사는 거르기 일쑤였어요.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하며 체념하곤 했는데, 성금은 든든한 삶의 원군이었지요. 그리고 하느님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이번에 세례를 받게 된 것은 그의 사연을 평화신문에 제보한 삼성동본당 빈첸시오회 임만택(제노) 부회장과 부인 강구옥(제르트루다, 2구역 6반) 반장의 노력 덕분이다. 부인 강 반장은 거동이 불편한 신씨를 교리가 있을 때마다 성당에 모시고 다녔다.
부부의 이런 노력에 감동한 신씨는 자신을 도와준 임 부회장을 대부로 정했다. 신씨는 돌아온 아들(루카 15,11-32)처럼 인생 황혼기에 하느님 자녀로 태어나게 됐다.
"저 때문에 빚쟁이한테 시달려온 데다 제 병시중을 오래 들면서 고생한 아내에게 감사 기도를 올려요. 기도문도 암기할 겸이요. 그러면 아내는 곁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고 해요. 제가 너무나 달라졌다고요. 아내도 곧 신자가 되겠죠. 허허"
그는 젊은 시절엔 교편을 잡았고, 한 때 국회의장 비서까지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대기업 임원에서 사업가로 남들이 우러러보는 위치에 올라 더 큰 '성공'을 쫓았다.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달콤해 보이는 성공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오래 머물지 않았다. 성공했다고 느끼는 순간, 더 큰 성공에 대한 욕심이 그의 마음을 옥죄어왔고, 결국 삶의 독이 됐다.
사업 확장을 위해 사채를 마구 끌어다 쓴 것이 화근이 돼 빚쟁이들에게 쫓기면서 건강도 급속도로 나빠졌다. 빚을 못 갚아 옥살이하기도 했다. 빚의 불똥이 자녀와 친지들에게까지 떨어져 자녀는 국외로 도피해버렸다. 벌써 10년도 넘게 연락이 닿질 않는다.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그가 미래의 대부를 만났고, 대부 덕분에 평화신문 '사랑이…'에 답지한 독자들 정성이 더해져 하느님 자녀가 됐다. 사랑의 꽃이 활짝 피어 결실을 얻은 것이다.
"삶의 희망을 얻으니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9년 동안 혈액투석을 받다 보니 병원에서 알게 된 친한 환우가 많아요. 그들에게 하느님을 전하고 싶어요. 하느님 덕분에 살았으니 이젠 저보다 더 아프고 어려운 이에게 사랑이신 하느님을 알려야죠. 이것도 욕심인가요? 허허~"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