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만 주교(서울 서서울지역 교구장 대리)
교는 왜 그토록 성모 마리아 공경을 반대하는지, 가톨릭과는 개신교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개신교는 교파가 많다. 가톨릭을 보는 개신교의 시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가톨릭은 이단이며, 그리스도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수적 정통 개신교가 그렇다. 두 번째는 가톨릭이 개신교와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단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는 가톨릭은 이단이 아닐 뿐 아니라 개신교와 형제지간이며, 큰집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는 관점이다.
보수적 개신교단이 가톨릭을 이단시하는 것은 가톨릭이 개신교와 다른 신을 믿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성모 마리아를 예수 그리스도처럼 신격화하고 숭배한다는 것이다. 성경에 없는 교리를 가톨릭이 임의로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개신교는 성모 마리아의 동정성, 천주의 모친성, 승천설, 원죄 없는 잉태 모두를 부정한다. 가톨릭이 성경과 성전(聖傳)을 인정하는 반면 개신교는 성경만을 인정하기에 이교리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따라서 개신교가 보기에 마리아 공경은 우상숭배일 뿐이다.
가톨릭교회가 마리아와 관련된 교리를 선포하는 데는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431년 에페소공의회는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선포했다. 마리아가 여신이어서가 아니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곧 하느님이기에 그리스도를 낳은 분은 당연히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이후 1500여 년이 지난 1854년 교회는 성모 마리아께서 원죄 없이 잉태하심을, 1950년에는 성모 마리아께서 승천하셨음을 교리로 선포했다. 이처럼 마리아 관련 교리는 하루 아침에 확립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논쟁을 거친 결과이다.
우리가 마리아를 공경한다고 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마리아의 옷자락으로 가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믿는 신앙의 대상은 예수 그리스도다. 성모 마리아를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격화해서도 안 된다. 동방박사가 예물을 드린 분은 아기 예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성모 마리아가 공경을 받는 것은 동정녀라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동정으로 치자면 수도자들 모두가 동정이다. 또 단순히 죄 없는 삶을 살고, 승천했기 때문만도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고 반문하면서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하고 말씀하셨다.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것은 예수를 낳은 것도 낳은 것이지만 하느님 말씀을 듣고 온전히 따르는 신앙의 모범을 보인 분이기 때문이다. 몸으로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어머니셨다.
마리아는 당신 자신만 순종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예수께서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씀하셨다. 자신도 순종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순종하도록 이끄는 입장에 선 것이다. 모세가 하느님 말씀을 듣고 따르면서 백성들에게 하느님께 복종하라고 가르친 것처럼 성모 마리아도 먼저 순종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순종할 것을 가르쳤다.
성모님은 돌에 맞아 죽을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하느님 말씀에 순종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승천한 후에는 제자들과 마음을 모아 기도에 힘썼다.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한 순간부터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그리고 돌아가신 후에도 하느님께 충실한 삶을 살았다. 성모님이야말로 일생에 단 한 번도 은총을 잃지 않았다. 마리아는 승천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미래를 보여줬다. 정리=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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