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서서울지역 교구장 대리)
잘못된 성모신심과 올바른 성모공경에 대해 얘기하겠다. 우선 사적 계시를 중심으로 빗나간 성모신심 사례가 있다. 주로 탈혼 상태에서 하느님을 봤다든가, 성모를 만났다든가, 천당에 갔다왔다는 얘기 등이다.
그런 환시가 1950년대에 상주에서 일어난 적이 있다. 당시 대구대교구장 서정길 대주교는 조사를 한 뒤 "상주 황 데레사의 사적계시는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고 공식 선언을 했다. 그게 1957년 1월 15일에서 21일 사이에 조사를 해서 발표한 건데, 그 이전인 1954년, 1955년에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대주교, 서정길 대주교께서 금지한 사항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었다. 1997년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에서 펴낸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들」이라는 책자에서도 상주 황 데레사가 잘못된 사적 계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지적을 한 적이 있다.
신비 체험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하지만 하느님과 만남을 통해 얻게 된 메시지를 어떻게 전해주느냐는 별개 문제다. 가령 토마스 데 아퀴노 같은 대학자 성인께서도 「신학대전」을 집필하던 중에 하느님을 체험했는데 그 이후엔 집필을 포기했다. 그래서 「신학대전」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그 이유는 토마스 데 아퀴노같은 대석학도 하느님을 만난 뒤에 그 체험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계시와 진리, 신비에 대해서 인간 이성으로 남김 없이 다 알 수 없기에 하느님께서는 계시를 통해 알려주신다고 가르친다. 그 계시에는 공적 계시와 사적 계시가 있다. 공적 계시는 교회가 모두 승인할 수 있는 성경과 예언자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 주신 것이다. 사적 계시는 한정된 지역에서 특별한 상황에 새롭게 무엇인가를 강조하기 위해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사적 계시는 항상 공적 계시의 내용에 부합할 때만 정당하다. 공적 계시를 사적 계시가 보충해야 한다거나, 공적 계시를 수정하기 위해 사적 계시가 있어야 된다는 주장을 교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사적 계시가 올바른지 판별해야 한다.
또 기적이나 사적계시를 성역화시키는 성모신심으로 나주 윤 율리아 사례가 있다. 나주 윤 율리아가 모시는 성모상이 1985년 6월 30일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1991년 5월 16일부터 2002년까지 21차례에 걸쳐 이 사적 계시의 절정을 이루는 성체 기적 현상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당시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는 1998년 1월 공지문을 통해, 또 2001년 5월 당시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도 '나주 윤율리아와 그 관련된 상황들에 대한 교구의 입장' 발표를 통해 자칭 '성모동산'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행해지는 모든 집회와 의식은 가톨릭 신앙행위와는 무관한 것임을 재확인했다.
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베이사이드 성모 발현, 일명 미카엘회라는 운동도 있는데 이 또한 그 신빙성이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 우리 교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에 '가계치유를 위한 기도모임'이 있는데, 이 가계치유에도 우리는 속지 말아야 한다.
사적 계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왜 성모 마리아께서 발현하셨는지를 묻는 일이다. 발현에서, 사적 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의 내용이다. 메시지가 계시나 진리, 교회 교리에 위배되면 그것은 올바른 발현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성모 마리아의 메시지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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