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思母曲)④
산돌배 / 조성구
시계바늘 겨우 오금 펼 시각
산 안개 내치고
새벽비 그루밭 촉촉히 적시어간 아침
먹을만큼 양식뜨던 바가지엔
촘촘히 실(絲)박힌 어머니의 시름이
저녁 보리밥 연기 피우던 굴뚝으로 모락거렸네
너른 논두렁 죽어서도 초록인 뜰
마른 흙 먼지 풀썩거리던 밭고랑엔
가을 첫서리 내려야 당신 손길 멈추었고
살얼음 깔릴 겨울도 채 이르기전
월사금에 이끌린 곡간(穀間)은 미리 허전하였네
떡갈나무 빗방울에 툭툭 소리치는 날
때마다 목 빼어 시선 놓던 길
젖은 산그늘, 엽전재 끼고 도는 회색버스
생채기 가득한 도심(都心)을 들메고 내리면
슬픔의 부엌 다독거려 그을린 얼굴
날마다 운명을 아궁이 짚혔을 당신이련만
어쩌다 묻는 안부는 쉽게 훑어 내리고
마음가둔 속내 안뵈려 치마걷어 눈 찍던 어머니
쾌한 코풀어 치맛자락 문질며
적삼 헤쳐 쭉정이 젖물던 유년은 뛰쳐 멀어도
아 - 산 속
맨땅 묻고도 내안에 사는 어머니
구름넘어 그 곳 한적한 능선
무심천 바라보며 누운자락 편하긴 하시나요
이 밤도 겉도는 말
허공의 문안이 귀엣말처럼 들리긴 하시나요
불편한 틀니 마다 빼어
휘파람소리 나던 목소리라도 들려 주시어요
오늘도 눈치없는 눈물
밤 창가 하늘이 자꾸만 들여다 보네요
시계는 겨우 오금 펼 새벽으로 가는데 ...
2010.5.27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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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산돌배의 문학 마을
메모 : 좋은 글 올려주신 산돌배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