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새 보금자리 마련 시급한 이주민상담센터 '국경없는 친구들'

namsarang 2010. 5. 31. 14:28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새 보금자리 마련 시급한 이주민상담센터 '국경없는 친구들'


폭력의 그늘, 그들에겐 쉼터 필요해요…옮겨갈 자금 마련 막막
폭력 피해 나온 이주민 여성들에게 유일한 안식처
건물주가 갑자기 비워달라…옮겨갈 자금 마련 막막


▲ 경기도 부천 역곡동 '국경없는 친구들'에서 수녀들이 센터를 방문한 이주민, 한국인 봉사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얼마 전 경기도 부천시 역곡동 이주민상담센터 '국경 없는 친구들'에 태국 출신의 결혼 이주민 나우엔(가명)씨가 남매를 데리고 도망쳐 왔다. 한국인 남편과 재혼해 7년 동안 살다가 집을 뛰쳐나온 이유는 태국에서 데려온 남매를 남편 학대와 폭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였다.

 박 마리베드로 수녀(삼위일체수녀회)는 "아이들을 지켜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그의 두 손을 잡고 약속했다. "걱정 말아요. 우리가 지켜줄게요."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비좁은 상담소에는 이들이 머물만한 공간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급한대로 개신교 목사가 운영하는 이주민 쉼터로 보냈다.

 '국경 없는 친구들'은 이주민에 대한 인권 유린과 차별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여러 수녀회가 뜻을 모아 2004년 문을 열었다. 현재 박 수녀와 유미미 수녀(예수수도회), 인도 출신 에밀다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수녀회)가 국경 없이 하나 되는 형제애 실현을 위해 불철주야로 뛰고 있다.

 '국경 없는 친구들'은 그나마 있는 공간도 내주고 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했다. 건물주가 올 가을까지 비워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얼마 되지 않는 후원금으로 이주민들을 보살펴온 센터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나우엔씨처럼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이곳을 찾는 이주민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머물 곳도 필요하다.

 박 수녀는 "여성 이주민들의 경우 직장 내 성폭력, 임신ㆍ출산 등의 문제로 인해 쉼터가 따로 필요하다"며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 전세금이 폭등해 근처에 비슷한 집을 구하려면 현재 전세금(8000만 원)의 두 배 이상 돈이 필요하다. 가진 돈에 맞추려면 이주민들이 찾아오기 어려운 변두리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수녀들은 땅바닥에 천막을 치고라도 센터를 계속 운영할 각오다. 센터 규모를 줄이면 쉼터는커녕 상담과 한글교실을 제외한 기존의 모든 활동과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한다.

 그래서 수녀들은 요즘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갓난아기를 데리고 도망쳐 나온 결혼 이주민, 임신한 몸으로 공장에서 쫓겨난 이주노동자를 생각하면 한시가 급하다.

 지난 몇 달 동안 수녀 3명이 인근 본당 도움으로 바자를 열고 모금을 다녀 2000만 원을 마련했으나 역부족이다.

 박 수녀는 "멀리 경기도 화성에서 찾아올 정도로 우리 센터는 기댈 곳 없는 이주민들에게 마지막 보루이자 푸근한 고향집 같은 곳"이라며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피신해온 이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사랑을 베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서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