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서서울지역 교구장 대리)
사도행전에서 성모님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가를 살펴보겠다.
마르코 복음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던 예수님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마태오ㆍ루카 복음 등 세월이 갈수록 더욱 자세히 드러난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예수가 그리스도이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바로 성모님의 증언이다.
사도들과 함께 기도하는 성모님 모습(사도 1,12-14)을 보면, 성모님은 예수님이 승천한 다음에도 그 제자들과 함께 지냈고, 제자들이 자신의 집에 성모님을 모셨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 교회가 이미 사도시대부터 성모님을 공경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초대 교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사도들의 임무는 무엇일까?
당시 사도들은 신자들이 봉헌한 모든 재산을 공동 관리하며 생활했다. 오늘날의 수도생활과 비슷하다. 하지만 사도들을 따르는 제자들이 늘어나면서 공동 재산을 분배하며 살아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자 베드로 사도는 사도들 본연의 임무는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이라고 천명했다. 재산관리, 경영 등은 부수적인 일이라고 정의하고, 이런 일을 담당할 보조자 7명을 선발했다.
사도들이 중시한 '기도'의 정의에 대해 알아보자. 기도는 하느님과 대화이자 만남이다. 어떤 성인은 '기도는 영혼의 호흡'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도를 하느님과 만남이자 대화라고 할 때,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한 가지 목적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목적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서로 친해지기 위한 친교의 목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청원 기도'보다 하느님과의 친교를 나누기 위한 기도가 더욱 중요하다.
이를 가장 잘 실천하신 분은 바로 성모님이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잉태하는 순간부터 끝까지 기도의 모범을 보이셨다. 이제는 요한복음에서 성모님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가를 살펴보겠다.
요한복음 1장을 보자.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13-14절).
이처럼 요한복음 사가는 예수님이 성모님 동정을 통해 탄생하심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출생과 달리 하느님으로부터 태어난 것임을 알려준다.
본격적으로 살펴 볼 부분은 카나의 혼인잔치(요한 2,1-12)다.
"사흘째 되는 날,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다. 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그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으셨다.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하였다.(중략)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이 포도주로 변한 기적은 누구의 믿음에 의한 것인가? 바로 성모님의 믿음이다. 성모님은 끈질기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줄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 지십시오'하며 따르는 모범을 보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함께 간 제자들은 그 모습을 통해 예수님을 믿게 됐다. 이 믿음은 철저하게 잔칫집에 술이 떨어졌을 때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는 성모님 배려에서 얻게 된 것이다.
탈출기에서 모세가 하느님 말씀대로 모든 명령을 행하는 동시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너희도 하느님이 시키시는 대로 해라'고 했던 것도 성모님 모습과 닮아 있다.
이처럼 성모님이야말로 우리를 위해 기도를 가장 잘 중재해주시는 분이다. 모든 신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도가 성모송이다. 성모님이야말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잘 보여주시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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