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진

냉장 보관된 '절경'… 공포·스릴·환상 다 보여준다

namsarang 2010. 7. 10. 22:58

여름 휴가 특집Ⅱ_

냉장 보관된 '절경'… 공포·스릴·환상 다 보여준다

  • 울진ㆍ단양=유연태 여행작가(‘당일치기 낭만여행' 저자)

한국대표 동굴 4選

찌는 듯한 더위와 습도 높은 장마철이 만났다. 7월, 이 더위를 물리치는 방법 중 하나는 동굴로 떠나는 것. 밖에선 30도가 훌쩍 넘어도 동굴 안은 20도를 넘기지 않는다. 단 10분만 걸어도 온몸을 적신 땀은 온데간데없다. 반소매를 입고 갔다면 그 서늘함에 온몸을 떨게 된다. 그렇다고 아무 동굴로나 산책을 떠날 수는 없는 법. 특색 있는 동굴 네 곳을 한국동굴연구소 김련 부소장에게 추천받아 다녀왔다.
 

울진 성류굴. / 유연태 여행작가

◆해발 고도가 가장 낮은 동굴―울진 성류굴

경북 울진군 바닷가에는 나곡·후정·봉평·망양정·기성망양·구산·후포해수욕장 등의 피서지가 있다. 어느 해변에서 더위를 이겨내도 좋지만 좀 더 이색적인 피서지를 원한다면 왕피천변의 성류굴(근남면 구산리)을 탐방해보자. 출입구의 해발 고도를 보면 불과 10m 남짓해서 국내 동굴 중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다. 그러니 한여름 홍수철이면 왕피천의 강물이 동굴의 특정 구역으로 넘쳐 들어오기도 한다.

지난 3일 정오, 온도계를 들고 성류굴을 찾았다. 입구에서 측정한 기온은 25.5도 정도. 왕피천의 강바람 탓에 그 정도면 여름 대낮 기온치고는 시원한 셈이다.

입구를 지나 곧 만나는 오작교에 올라서자마자 서늘한 기운이 전신을 감싼다. 동굴여행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온도 변화다. 어둠의 세계가 주는 긴장 탓에 윈드재킷 안에 숨은 팔뚝에는 일순 소름이 쫙 돋는다. 안전모 밑에 눌린 머리카락도 곧추선다. 습기 찬 바닥이라 미끄러지고, 허리를 구부렸다 펴고, 머리를 부딪히지 않으려 신경을 집중하고….

그러나 폐소공포증 같은 불쾌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는 지하세계의 풍광은 영화 '인디애나 존스'만큼이나 흥미롭다. 이따금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기괴함을 더해 체감 온도는 한층 낮아져 갔다. 동굴 피서여행을 마치기 전 부처님 석실 앞에서 온도를 쟀다. 15도. '동굴 안은 시원하다'는 말은 틀림없었다. 성류굴은 입구의 위치와 출구의 위치가 똑같다. 들어간 지 1시간 만에 지상으로 나왔을 때 세상은 밝았으나 상당히 더웠다. 비록 좁고 어두웠으나 시원하기 이를 데 없는 동굴 내부가 다시 그리워졌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 개방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문의: 성류굴 관리사무소 (054)789-5400

단양 고수동굴에서 난롯불을 쬐고 있는 한 직원. / 유연태 여행작가
단양팔경 부럽지 않은 지하 비경―단양 고수동굴

충북 단양군은 강원 삼척시·제주도와 더불어 동굴의 나라로 손꼽힌다. 이 중 고수동굴은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났다. 총 연장 길이 1700m. 입구와 출구가 달라 급경사의 계단을 쉼 없이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동네 뒷산 세개쯤은 단번에 오르내린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서본다.고수동굴 매표소 옆에는 온도계가 붙어 있다. 3일 오후 4시 30분, 흐린 날씨의 온도계는 23.5도를 가리키고 있다.

이내 입장. 곰바위, 독수리바위, 도담삼봉, 창현궁, 층계바위, 마리아상, 옥바위…. 기묘한 종유석이며 석순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다. 이 중 고개를 한껏 젖히고 올려다봐야 하는 마리아상은 주변에서 물안개가 뿜어져 내려와 신비감을 더한다.

이윽고 '동굴 내 현재 온도 및 습도'를 알려주는 디지털 온도계 앞에 도착했다. 오후 5시 50분 고수동굴 내의 온도는 15.6도, 습도 98.3%. 그런데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온도계 부근에 놓인 직원 책상 앞을 보니 한겨울 사무실에서 보던 전기난로가 붉은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직원이 말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15도인 동굴 안에서 근무하려면 긴 소매 옷 을 입고 때로는 난롯불도 쫴야 합니다."

이곳 안내판은 특이하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잠깐 뒤돌아보시라고, 멋진 풍경이 당신 뒤에 있다고 일러준다. 또 동굴 안에 기념사진을 촬영해 주는 데가 두어 곳 있는 점이 독특했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개방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30분. 문의: 고수동굴 관리사무소 (043)422-3072
 
물이 돌로 빚은 작품, 정선 화암동굴의 유석 폭포. / 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공포체험이 기다린다―정선 화암동굴

동굴만 보기 아쉽다면 강원도 정선군 화암동굴로 가자. 본래 이곳엔 천포 광산이 있었다.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캤던 광산으로, 일본 강점기 때 생산량이 전국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동굴 역시 금광 굴진 중 발견됐다.

그 역사를 담아 정선군은 이곳을 '테마형 동굴'로 조성했다. 주제는 '금과 대자연의 만남'. 이를 따라 '역사의 장' '금맥 따라 365' '금의 세계' '천연동굴' 등 5개 영역으로 나뉜다. 총 길이 1803m에 이르는 여정이다.

화암동굴이 처음으로 강력한 인상을 주는 곳은 '금맥 따라 365' 영역. 365는 계단 수이다. 동굴 내 가득한 습기로 미끄러운 계단이 아찔하다. 같이 계단을 내려가던 한 어르신은 "아이고, 이거 이거 이거, 아 참, 어휴"라며 탄성만 내뱉는다.

두 번째 강력한 인상은 '천연동굴'에서 온다. 들어서는 순간 그 웅장함에 말문이 막힌다. 동양 최대라는 유석 폭포와 석순, 석주가 기괴한 취향을 가진 영주의 궁전처럼 굴 곳곳을 장식했다. 더욱이 이쯤까지 왔다면 더위는 이미 물러선 지 오래. 밖에서 25.2도를 가리켰던 온도계가 10.3도까지 내려왔다.

오는 18일, 이 시원한 동굴은 더 서늘해질 전망이다. 야간에 '공포체험' 이벤트를 펼친다. 귀신 마네킹을 설치하고 사람이 귀신으로 등장하기도 하니, 공포영화로도 만족 못하는 이들이라면 도전할 만하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2000원. 모노레일 이용료(어른 2000원)는 별도다. 개방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야간개장은 18일~8월 23일. 오후 7시부터 입장한다. 문의: 정선군 시설관리공단 (033)562-7062
 
지하 계곡, 삼척 환선굴. / 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깊고 넓은 몽환―삼척 환선굴

환선굴은 높다. 덕항산 중턱에 자리 잡은 환선굴의 고도는 500m. 대이리 동굴지대 초입에서 고도차 300m의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한다. 산행이 버겁다면 대안이 있다. 최근 개통한 모노레일. 능선 따라 오르는 모노레일은 설치바위와 촛대바위 등 덕항산의 기암괴석을 눈앞에 펼쳐보인다.

동굴 안으로 들어선 순간, 다른 동굴보다 짙은 운무가 시야를 가린다. 깊이 들어갈수록 그 이유를 알게 된다. 환선굴은 '지하 계곡'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물이 많이 흐른다. 길을 알리는 조명은 물안개로 흐리게 번져, 환선굴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환선굴의 몽환은 넓고 깊다. 폭은 최대 100m까지 벌어지며 총 길이가 6.2㎞로 추정된다. 이 중 개방된 구간은 1.6㎞ 구간. 화암동굴처럼 아기자기한 맛은 없어도 규모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 규모엔 동굴의 시간이 빼곡히 각인돼 있다. 사자상, 만물상, 미녀상, 삼라만상, 꿈의 궁전, 악마의 발톱 등은 인간의 상상력이 동굴의 몽환에 붙여준 이름이다.

가장 아찔한 구간은 '지옥교'와 '참회의 다리'. 여느 다리와 달리 밧줄로 만들어진 출렁다리다. 다리 아래론 깊이를 알 수 없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절로 다리가 후들거리고 소름이 돋는다. 온도는 24.5도에서 이미 12도까지 내려왔다. 그 서늘한 기운으로 남은 길을 걷는다. 다 돌아보는 데 한 시간 정도 소요.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청소년 2800원, 어린이 2000원. 모노레일 이용료(13세 이상 왕복 5000원)는 별도. 개방시간은 오전 8시30분~오후 6시30분. 문의: 대이동굴관리사무소 (033)541-9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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