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상담

(62) 자기 허상을 버려야

namsarang 2010. 7. 14. 22:19

[아! 어쩌나?]

 

(62) 자기 허상을 버려야




Q1. 자기 허상을 버려야
 남편이 요즘 많이 힘들어합니다. 직장에서 승진 대상자에 빠졌을 뿐 아니라 보직도 좋지 않은 곳으로 발령이 나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술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매일 술을 마시고 들어와 "나 같은 인재를 몰라보는 회사는 망해버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남편은 이른바 일류대학 출신이고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란 것을 모르고 살아온 엘리트인데, 그래서 이런 상황이 더 힘든가 봅니다. 모아둔 재산은 별로 없고 남편이 특별히 다른 기술을 가진 것도 없어 직장을 그만두면 당장 어려워질 것 같아 남편을 달래느라 죽을 맛입니다. 어떻게 해야 남편이 마음을 잡고 다시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A. 남편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실패가 한 번도 없었다니 더욱이 마음이 상했을 것입니다.
 
 자매님께서 남편의 마음을 헤아려주시는 것은 참으로 잘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셔야 남편의 상한 마음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어린아이 달래듯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들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또 너무 오랫동안 들어주다 보면 상대방이 달라질 생각은 안 하고 응석욕구를 채우려는 잘못된 습관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남편 문제는 외관상으로는 회사와의 관계로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이 만든 허상 때문에 생긴 심리적 문제입니다.
 
 즉, 자신이 아주 유능하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스스로 만든 허상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입니다. 그런 허상을 제거하지 않는 한 내적 갈등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허상을 제거하는 방법은 '잘난 나'가 아닌 '못난 나'를 기점으로 다시 사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나를 이런 데로 보내다니, 나는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야'하는 생각을 뿌리치고 요즘 같은 세상에, 그리고 내 나이에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낮춰 생각해야 무엇인가 다시 노력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올 것입니다.
 
 신자들에게 칭송을 받는 노인 신부님께서 사제생활이 힘들지 않으셨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질문을 받자마자 노인 신부님은 손사래를 치시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나 같이 허물 많은 사람을 사제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할 따름이지요"라고 하시더랍니다. 노인 신부님은 겸손의 삶, '못난 나'를 기점으로 사시는 분이시기에 이런 말씀이 가능하셨던 것입니다.
 
 남편도 마음이 편안해지려면 이 노인 신부님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합니다. 루카복음 14장 11절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자는 낮아질 것이요,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는 주님 말씀을 써서 남편분에게 건네고 묵상을 권유해 보십시오.
 

 
Q2. 제가 탕자인가요?
 제 대부님은 아주 열심인 분이십니다. 늘 매일미사에 참례하시고, 묵주기도도 하루 30단을 바치시며,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칩니다. 성당에서도 다른 분들과 잡담을 하지 않고 성경묵상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 '성인 같다'는 느낌과 존경심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하는 것들에 대해 심하게 질책을 하셔서 마음 한구석에서는 대부님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제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갔다 왔다고 하면 불쾌한 얼굴로 "너는 왜 그렇게 세속적이냐"하고 나무라십니다. 심지어는 별것 아닌 일에도 그런 짓을 했으면 반드시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고 심하게 야단을 치십니다.
 
 한 번은 제가 영성체를 하러 나가려고 하는데 제 옷을 잡으시면서, "보속도 제대로 안 하면서 무슨 영성체냐"하시는데, 사람들이 저를 무슨 대역죄인처럼 쳐다보는 것 같아 무안했던 적도 있습니다. 대부님이 존경스러운데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제가 신심이 부족해서일까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님은 신앙생활은 열심히 하시는데, 심리적으로는 여러 가지 병적 콤플렉스를 가지신 분이신듯합니다. 우선 거룩한 것과 세속적인 것을 자로 재듯 구분하려는 것을 '성전 콤플렉스'라고 합니다.
 
 성당 안은 거룩하고 다른 곳은 세속적이라는 생각인데, 이런 생각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볼뿐만 아니라 자기 마음도 이분법적으로 봐 자칫 분열증을 일으킬 가능성을 가진 콤플렉스입니다.

 이런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더라" 하신 것과 주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셔 사람으로 태어나셨다는 그런 사실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콤플렉스는 초대교회 때 영지주의자들이 가졌던 것입니다. 그들에 대해서는 이미 교회에서 문제시한 바 있습니다. 형제님께서는 비록 대부님이라 하더라도 영적지도를 받지 마시고, 다른 분에게 영적지도를 받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