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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염·식중독… '바캉스 배탈' 피하려면

namsarang 2010. 7. 28. 23:06

장염·식중독… '바캉스 배탈' 피하려면

김밥·샌드위치, 냉장 보관해도 12시간 지나면 위험
육류는 냉장고 안쪽에 보관…
車트렁크로 음식 운반할땐 꼭 아이스박스 이용해야
배탈시 지사제 복용하면 독소 배출안돼 해로울 수도

바캉스의 최대 복병은 '배탈'이다. 들뜬 마음에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여행지 음식을 먹고 마시다가 설사가 나서 화장실만 들락거리다가 휴가를 망치기 일쑤다. '바캉스 배탈'의 원인은 식중독과 장염이다. 뜨거운 여름날은 음식이 쉽게 상하고(식중독), 익숙하지 않은 지역의 음식에 어떤 세균(장염)이 들러붙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음식을 잘못 먹고 나서 물놀이를 하면 복부 체온이 내려가면서 장 기능이 떨어져 배탈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식중독과 장염은 설사와 구토 등 초기 증상이 비슷하다. 식중독은 두통, 어지럼증 등이 좀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장염은 심하면 발열, 의식저하 등을 동반한다.

▲ 바캉스를 떠나면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다가 식중독이나 장염에 흔히 걸린다. 상한 음식도 냄새나 색이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리한 뒤 상온에서 2~3시간 지난 음식은 이상이 없어 보여도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떡·면 등 탄수화물 넣은 국물은 한끼만 먹어야

식중독은 상한 음식에 번식하는 살모넬라균이나 독소 등 때문에 발병한다. 대부분의 세균은 35~36도 내외에서 가장 빠르게 번식하기 때문에 폭염이 내리쬐는 휴가지는 '식중독 발병의 최적 조건'이다. 가장 상하기 쉬운 음식은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김밥과 샌드위치이다. 우선 만드는 과정에서 손에 있는 균이 옮겨간다. 이 상태에서 재료 중 어느 하나만 상해도 전체가 오염된다. 만든 지 2~3시간이 지난 김밥과 샌드위치는 과감히 버리고, 냉장 보관해도 12시간이 지나면 먹지 말아야 한다. 해수욕장이나 길거리에서 파는 것은 사먹으면 위험하다.

떡이나 면 등 탄수화물이 많은 부대찌개 설렁탕 등은 쉽게 상하는 음식이다. 탄수화물이 들어간 국이나 탕은 조금씩 끓여 한 끼만 먹자. 육개장 등 단백질 위주의 국물은 두끼 까지 가능하다. 식은 국물을 다시 끓이면 괜찮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식중독은 세균 자체가 아니라 세균의 분비물이 일으키는 경우도 많아 끓인다고 해도 위험하다.

육류는 냉장고 안쪽 깊숙이 넣어 놓는 게 좋다. 바깥쪽은 문을 여닫을 때 온도가 높아지는데, 한여름엔 이 정도로도 고기가 상할 수 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구이용은 3~5일, 갈아 놓은 것은 1~2일 이상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 된다.

승용차 트렁크에 음식물이나 식재료를 넣고 갈 때는 반드시 아이스박스를 써야 한다. 트렁크는 외부보다 온도가 훨씬 높아 음식물이 급속히 부패한다. 숙소 냉장고는 70% 정도만 채우자. 그 이상 채우면 찬 공기 순환이 안 돼 냉장 효과가 떨어진다.

평소 위장 약하면 식중독·장염에 취약

상하지 않아도 대장균 등이 묻어 있는 음식물을 먹으면 장염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위생적인 식품만 골라 먹어도 복병이 있다. 휴가지에서 '물을 갈아 마시고' 나오는 설사이다. 먹는 물이라도 지역마다 미세한 세균이나 미생물이 미량이라도 사는데, 현지 주민은 내성이 생겨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외지인의 소화기관은 민감하게 반응해 배탈이 난다. 정수기를 거치거나 끓인 물을 마시면 이런 문제를 대부분 피할 수 있다.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생수를 사서 마실 경우, 상표가 현지 언어인 해당 국가 제품은 위생 상태를 100% 보장할 수 없으므로 많이 알려진 선진국 수입품을 구입하는 편이 낫다.

똑같은 음식물이나 물을 마셔도 누구는 배탈이 나고 누구는 괜찮은 경우가 흔하다. 이는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세균의 증식 속도와 활동 시간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위 등이 약해 소화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위액의 소독 작용 등이 부족해 다른 사람보다 식중독이나 장염이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지사제 복용하면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도

음식물 섭취에 주의를 했는데도 배탈이 났다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구토나 설사가 멎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빨리 회복해서 바캉스를 즐기겠다"며 지사제를 복용하면 균이나 독소의 배출이 중단돼 몸 전체적으로는 더 해로울 수 있다. 구토와 설사는 해로운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인체의 자구 노력이다. 다른 증상을 동반하지 않은 식중독이나 장염은 대부분 1~2일 이내에 좋아진다. 그러나 발열·발진·복통·혈변을 동반하거나 하루에 4번 이상 설사하면 병원이나 의무실에 가서 식중독·장염의 원인균이나 독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항균제 등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 박노훈 헬스조선 기자 pnh@chosun.com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hym@chosun.com
〈도움말〉
강철인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오범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김형미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