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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뇌 100세까지 ①뇌졸중

namsarang 2010. 8. 29. 21:32

뇌졸중 발병 3시간 내 혈전용해제 써야 후유증 없어

건강한 뇌 100세까지 ①뇌졸중

▲ 뇌졸중 치료는 환자가 얼마나 빨리 병원에 도착하느냐와 응급 의료진이 얼마나 신속하게 환자를 진단하고 투약하느냐는 두 가지 요인이 결정한다. 3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 투여까지 끝나면 대부분 후유증 없이 정상 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지난 16일 오후 7시50분, 이모(55·경기 안양시)씨가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저녁 7시쯤 퇴근해 집에서 멀쩡히 저녁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우측 반신마비와 언어장애가 나타난 것. 전형적인 뇌졸중 증상이었다. 응급실 당직의사가 뇌졸중 전문치료팀 40여명에게 '뇌졸중 ER(응급실) 도착'이라고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의국에서 대기하던 신경과 전문의가 응급실에 내려왔다.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실은 입원 환자의 촬영 시간을 조정해 이씨의 응급 촬영 시간을 확보했다. 환자 도착 20분 뒤(오후 8시10분) 응급 뇌 CT 촬영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20분쯤 뒤 CT 결과가 나와 뇌혈관이 막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의료진은 즉시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용해제를 주사했다. 이 때가 오후 8시30분. 이씨가 응급실에 도착한 지 40분 만이었다. '비상 상황'이 종료된 뒤 이씨는 입원실로 옮겨졌고, 1주일 뒤 반신마비와 언어장애가 모두 사라진 상태에서 걸어서 퇴원했다. 이씨의 주치의인 이병철 신경과 교수는"뇌졸중 발병 직후 이씨 가족이 즉시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데려온 것이 핵심"이라며 "병원도 과거 80분쯤 걸리던 환자 도착 후 혈전용해제 투여까지의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기 때문에 후유증 없이 치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시간 안에 도착해야 혈전용해제 투약 가능

뇌졸중은 발병 3시간 이내에 응급실에 도착해 혈전용해제 투약까지 이뤄지면 2~3주 뒤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을 정도로 치료된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뇌졸중 환자의 응급실 도착 평균 시간은 11시간이었다. 3시간 이내에 도착한 환자는 29.3%에 그쳤다(대한뇌졸중학회 조사). 이병철 교수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람의 손을 따거나 약국에서 우황청심원을 사다 먹이는 등 민간요법을 쓰다가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며 "무조건 즉시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발병 3시간이 넘으면 뇌신경이 죽기 시작하므로 대부분의 경우 혈전용해제로 치료할 수 없다"며 "다리 혈관을 통해 긴 고무관을 넣어 스프링처럼 생긴 카데터로 혈관을 뚫어 줘야 하는데, 상당수 후유증이 남는다"고 말했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뇌졸중으로 3시간 이전에 병원에 온 사람은 6~12시간 만에 온 사람보다 26%, 12~24시간만에 온 사람보다 45% 가량 회복 비율이 높았다.

뇌졸중 전문치료 가능한 병원 알아둬야

환자가 발병 3시간 이내에 응급실에 도착해도 CT 촬영이 밀려 있거나 전문의 호출이 지연되면 뇌졸중 확진과 혈전용해제 투여 시점이 늦어지게 된다. 따라서 뇌졸중 고위험군은 뇌졸중 전문 치료 시스템을 갖춘 병원을 미리 알아 놓는 것이 좋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초급성기 허혈뇌졸중 치료팀 활성화 시스템'을 2007년 갖췄다. 관련 의료진 전원은 환자 도착 시점부터 치료 진행에 따라 총 8차례의 문자메시지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한다. 이씨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CT검사실이 별도의 촬영 요청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기존 촬영 순서를 조정해 이씨의 촬영을 가능하게 한 것도 문자메시지 공유 시스템 덕분이다.

지난 2007년 10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이 병원 응급실에 온 뇌졸중 환자 400여명은 영상 검사를 평균 15분, 혈전용해제 투여는 평균 45분 이내에 마쳤다. 미국 뇌졸중학회는 영상검사까지 대기시간 25분 이내, 혈전용해제 투여까지 60분 이내를 권고한다. 한림대성심병원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008년 실시한 뇌졸중 진료 적정성 평가에서 9가지 항목 모두 A등급을 받았다. 유경호 교수는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시간이 단축될수록 뇌졸중 환자의 치료 결과가 좋아지므로 환자 이송 및 응급실 도착 후 치료 과정을 더욱 효율화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헬스조선·한림대의료원 공동기획

 

/ 박노훈 헬스조선 기자 pn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