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추자의 노래엔 ( 끈적끈적, 끈적대다, 끈끈하다.) 단어들이 연상되며 가요를 이렇게 끈적대며 부를 가수가 추자 아닌 뉘 있을까? 그녀의 노래엔 살 냄새, 땀 냄새도 나며 남녀가 몸을 맞대 비비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넉넉한 성량으로 끈적대는 감정을 이끌어내는 김 추자의 노래를 들으면, '아~!' 가요의 맛은 이런 것이란 생각도 든다.
우리 말 느낌을 십분 살려 부르는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사람이 그리워진다. 별 볼일 없이 스쳐간 사람들이 그립고, 사랑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가졌던 사람은 더 그립게 만든다. 목소리 연기가 되니까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노래를 노래로 부를 수 있고, 노래를 마음으로 부를 수 있으며, 노래를 얘기로 부를 수도 있는데 김 추자는 이 셋을 다 잘하여 라이브에서 그녀가 흘리는 땀 냄새를 맡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이런 느낌이 오면 노래는 귀로만 듣는 게 아니다. 나의 마음을 대변해 그녀가 노래하고 그 노래는 다시 나만의 노래로 만들어져 나에게 돌아온다는 희한한 생각을 하게 하는 가수가 김 추자로 아까운 솜씨를 썩히고 어디에 은둔해 있는지 심히 안타깝다.
이런 노래 부를 가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김 추자의 끈적끈적한 노래는 많이 그리울 수밖에 없다. 신중현이 작사 작곡한 미련은 김 추자의 노래 중에서도 최고 정점에 있는 곡으로 그 맛은 김 추자 외엔 못 낸다. 노래가 워낙 좋다 보니 여러 가수들이 양념 가미하여 미련에 도전했지만 김 추자의 맛이 아니며 신중현이가 직접 조리해도 그 맛이 날지 미심쩍다. 신중현이 작사, 작곡하고 김 추자가 부른 걸작이 많다. 그 중 무학대사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미련으로, 감정을 제어하여 부르건만 노래의 맛은 감정을 표출했을 때보다 더 강하게 가슴으로 파고든다.
김추자가 부른 끈적거림의 극치는 뭐니해도 '커피 한 잔'이다. - 노래를 이렇게 부를 수 있구나! - 탄복을 자아내게 하는 그녀도 가요사의 뒤안길에 묻히는 게 아쉽다. 나이와 인생의 덤을 보탠 그녀의 맛난 노랠 다시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