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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광부 33명의 합창

namsarang 2010. 8. 30. 21:48

[만물상]

칠레 광부 33명의 합창

2002년 호주 광부 토드 러셀과 브란트 웹은 무너진 금광에 갇혔다가 보름 만에 구조됐다. 둘은 안전모로 바위틈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마시며 버텼다. 일어설 수가 없어 구조될 때까지 누워 지내야 했다. 둘은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매몰 닷새째 두 사람은 케니 로저스의 노래 '도박사'를 불렀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절대 돈을 세지 마라. 게임이 끝난 뒤 돈을 셀 시간은 충분하다." 구조되기 전에 섣불리 비관하지 말자고 다짐한 것이다. 때마침 구멍을 뚫던 구조대원이 노랫소리를 듣고 이들을 찾아냈다.

▶광산 붕괴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광부들이 살아 돌아온 사례는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1967년 8월 광부 김창선이 충남 구봉광산에서 지하 125m에 15일 8시간 35분 동안 갇혔다가 구조돼 온 나라가 떠들썩했었다. 중국 산시(山西)성 왕자링 탄광에선 지난 4월 광부 118명이 매몰됐다가 8일 만에 구조됐다. 지하 갱도 안으로 파이프를 박아 산소를 공급한 덕분이었다. 칠레 북부 코피아포에 있는 산호세 금광이 지난 5일 붕괴돼 광부 33명이 지하 700m에 갇혀 있다. 매몰 17일 만에 생존이 확인된 광부들은 습도 90%에 섭씨 32도가 넘는 대피소 공간에서 힘들게 지내고 있다.

▶구조대는 지름 15㎝ 구멍으로 음식과 약품을 공급하다 동영상 카메라도 내려 보냈다. 광부들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활기차게 국가를 합창했다. 그들은 "가족들에겐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 달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광부들은 "함께 카드놀이도 하면서 즐거움을 찾는다. 날마다 33명이 모여 기도를 올린다"고 했다. 열두 살 때부터 탄광에서 일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63세 마리오 고메스는 지하에서 정신적 지도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그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을 생각하지 않을 때가 없어. 딸이랑 손자들에게 키스를 많이 해줘"라고 해 칠레 국민을 울렸다. 고메스 부인도 30년 만에 남편에게 러브레터를 보냈다. 붕괴 위험 때문에 구조팀이 하루 20m씩 전진하며 구멍을 뚫다 보니 모두 구조하려면 적어도 넉 달이 걸린다고 한다. 땅속에서 오히려 가족들을 위로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 광부들이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