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닷새째 두 사람은 케니 로저스의 노래 '도박사'를 불렀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절대 돈을 세지 마라. 게임이 끝난 뒤 돈을 셀 시간은 충분하다." 구조되기 전에 섣불리 비관하지 말자고 다짐한 것이다. 때마침 구멍을 뚫던 구조대원이 노랫소리를 듣고 이들을 찾아냈다.
▶구조대는 지름 15㎝ 구멍으로 음식과 약품을 공급하다 동영상 카메라도 내려 보냈다. 광부들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활기차게 국가를 합창했다. 그들은 "가족들에겐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 달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광부들은 "함께 카드놀이도 하면서 즐거움을 찾는다. 날마다 33명이 모여 기도를 올린다"고 했다. 열두 살 때부터 탄광에서 일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63세 마리오 고메스는 지하에서 정신적 지도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그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을 생각하지 않을 때가 없어. 딸이랑 손자들에게 키스를 많이 해줘"라고 해 칠레 국민을 울렸다. 고메스 부인도 30년 만에 남편에게 러브레터를 보냈다. 붕괴 위험 때문에 구조팀이 하루 20m씩 전진하며 구멍을 뚫다 보니 모두 구조하려면 적어도 넉 달이 걸린다고 한다. 땅속에서 오히려 가족들을 위로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 광부들이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보내길 바란다.